삼성은 ‘실적 쇼크’… TSMC는 영업익 13조 ‘깜짝 실적’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1. 14.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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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작년 4분기 78% 증가… 삼성과 격차 더 벌릴 듯

삼성전자가 2개 분기 연속으로 대만 TSMC에 ‘세계 1위 반도체 기업’(매출 기준) 자리를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10~12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받아 든 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주력인 TSMC는 4분기 매출,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작년 연간으로도 매출,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 메모리는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지만, 파운드리는 상대적으로 수요가 탄탄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올해 ‘메모리 한파’가 최소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선 올 들어 삼성전자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반도체 부문 분기 적자를 내며 투자를 축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TSMC는 올해도 호(好)실적을 바탕으로 일본과 유럽에 추가 공장 신설을 검토한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양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기 불황 속 선방한 TSMC

TSMC는 지난 12일 작년 4분기에 매출 6255억 대만달러(약 25조5800억원), 영업이익 3250억 대만달러(약 13조2800억원)의 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4분기보다 각각 43%, 78%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시장 전망치보다 낮았지만, 첨단 반도체 판매에 힘입어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이 무려 52%에 달했다. TSMC는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이하 첨단 공정이 전체 매출의 54%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의 선폭(線幅)을 뜻하는 것으로, 선폭이 좁을수록 반도체의 효율성과 수익성이 커진다. TSMC는 올해 1분기 매출을 167억~175억달러, 영업이익률은 41.5~43.5%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 매출 전망치인 179억달러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올해 투자 규모는 약 320억~360억달러로 작년보다 거의 비슷하거나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반면 ‘메모리 불황’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는 올해 적자 전망까지 나온다. 이달 초 작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9조원대, 4000억~9000억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최소 25%, 90%가량 하락한 수치다. 증권가에선 올해도 짧게는 2분기, 길게는 3분기까지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가 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NH투자증권 도현우 애널리스트는 “1분기 반도체 적자 예상은 2조5000억원으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첫 반도체 부문 분기 적자”라며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투자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그 효과는 하반기에나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TSMC 투자 박차 “日, 유럽에 추가 공장 검토”

TSMC는 현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일본에 두 번째 공장 건설을 검토하는 등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 내에 고객 수요가 충분하고 일본 정부가 적절하게 지원한다면 추가 공장을 건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소니·르네사스와 같은 일본 고객 기업들의 잠재적인 주문 물량을 확보하고 일본 정부가 공장 건설 비용의 상당 부분을 보조금으로 지급하면 추가 공장을 짓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크게 환영한다”며 “어떤 지원이 가능할지 잘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니시무라 경제산업상은 “반도체 분야에선 일본 기업들도 일본 내 공장 투자에 속속 나서고 있는 데다 해외에서도 (TSMC 이외에) 투자 의향을 밝혀오는 곳이 많다”며 “일본 내 반도체 투자를 확실하게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현재 일본 구마모토에 건설 중인 TSMC의 첫 공장은 2024년 말 가동될 예정이다. 이 공장은 회로 선폭 12~28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예정으로, 최첨단 반도체 공정과 비교해선 몇 세대 뒤처진 생산 라인이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TSMC의 첫 공장에 들어가는 총 건설비 86억달러(약 10조7000억원) 가운데 최대 4760억엔(약 4조6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TSMC의 웨이저자 CEO는 “유럽에도 첫 번째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사전 조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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