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격 제한, 낙하산설… 우리금융 회장 레이스 진흙탕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을 둘러싼 잡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금융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현 회장이 연임 도전 여부 등 거취를 밝히지 않고 있고, 관료 출신 인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면서 외풍 논란도 불거졌다. 최근에는 차기 회장 후보를 정하는 임원추천위원회가 “최고경영자(CEO) 경력자만 후보가 될 수 있다”며 자격 제한을 하면서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거나, 배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지주 차기 회장 레이스가 진흙탕이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손태승 회장을 포함해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등 현직 임원들과 김양진 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남기명 전 우리은행 부행장 등 전직 임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 등 외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1)후보 자격 제한 논란
우리금융지주는 오는 18일 차기 회장 후보 결정을 위한 첫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1차 후보군(롱리스트·long list)에 포함될 후보자들을 추릴 예정이다. 주요 계열사 대표 등 내부 인사 외에 2곳의 헤드헌터사에 의뢰해 외부 인사를 5명씩 추천받을 예정인데, “CEO나 그에 준하는 경력을 가진 자 중에서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례적인 조건이라 온갖 해석이 나온다. CEO 경력자로 대상자를 좁히면 손태승 회장이나 이원덕 행장 등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에게 유리하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 당국까지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만에 하나 특정 후보군을 제한하는 기준을 두고, 제한을 두는 것을 통해 특정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오해가 생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논란에 대해 우리금융지주는 “해당 조건은 금융감독원의 지배 구조 가이드라인에 포함된 내용으로 ‘대규모 금융사를 이끌 자격이 있는 사람’ 정도의 의미일 뿐 다른 뜻은 없다”고 해명했다. 반드시 금융사 CEO 경험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2)전직 관료 낙하산설 등 혼란
금융권에는 “금융 당국 등에서 우리금융 신임 회장으로 관료 출신을 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파다하다. 작년 11월 손태승 회장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 중징계(문책경고)를 받을 때부터 이런 말들이 돌기 시작했다. 금융 당국에서는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는 발언 등을 통해 손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문책경고는 3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기 때문에 불복 소송을 내지 않으면 손 회장의 출마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지주는 외환 위기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였지만, 현재는 완전히 민영화된 상태다. 우리금융지주 우리사주조합(5.55%)과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3.93%)이 총 9.48% 지분으로 최대 주주이고, 3~5%대 지분을 나눠 가진 6곳의 민간 주주가 있다. 이들은 사외이사를 한 명씩 두고 있어 회장 후보 추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서 손 회장의 거취 등을 거론하는 것은 민간 금융사에 대한 간섭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3)거취 표명 미루는 손태승 회장
손 회장이 거취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금융권에서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갑작스럽게 3연임을 포기한 작년 말부터 “손 회장의 3연임도 어렵지 않겠느냐. 용퇴할 수도 있다”는 말이 돌았지만, 손 회장 주변에서는 “아직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3연임 도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에 대한 불복 소송(행정소송 및 가처분 신청) 여부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직 회장의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라 차기 회장 후보를 추리는 일이 속도를 내기 어렵고, 혼란이 가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들어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는 “불복 소송은 손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와는 별개”라는 말도 나온다. 불복 소송을 내서 징계가 적절한지 법정에서 다퉈볼 계획이지만, 손 회장의 3연임 도전을 위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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