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초새 4차례 집단 쓰러짐… 고의로 민 사람 없어”
159명을 숨지게 한 작년 10월 29일 ‘핼러윈 참사’의 원인과 부실 대응을 수사해 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13일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11월 2일 특수본이 출범한 지 72일 만이다.
특수본은 참사가 난 당일 오후 10시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골목 안에 인파가 대거 몰려 있었는데, 이 상태에서 오후 10시15분쯤 사람들이 15초 동안 4차례에 걸쳐 잇따라 넘어지면서 큰 피해가 생겼다고 이날 밝혔다. 당시 사고가 난 시점에 이 골목 밀집도는 1㎡당 약 8명에 달했는데, 사람들이 넘어진 뒤에도 골목 안으로 인파가 유입된 탓에 밀집도가 10분 뒤 10.7명까지 치솟았다.
또 참사 당시 ‘토끼 머리띠’를 한 사람들이 앞에 있던 사람들을 밀었다거나 각시탈을 쓴 사람들이 바닥에 오일을 뿌렸다와 같은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특수본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 내렸다.
특수본은 경찰과 용산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이 이날 사람이 몰릴 것을 사전에 알았으면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사고 후에도 부실한 대응을 한 것이 대규모 인명 피해로 이어졌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은 이와 관련해 김광호(59) 서울경찰청장(치안정감)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 등 경찰 12명과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구청 공무원 5명, 송은영 이태원역장을 비롯한 서울교통공사 직원 2명 등 총 2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의 혐의를 적용해 검찰 송치했다. 이 중 6명은 구속됐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핼러윈 참사’가 일어난 작년 10월 29일 오후 9시쯤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는 밀려드는 인파로 인해 사람들이 자기 의지로 움직이기 힘든 ‘군중 유체화’ 현상이 벌어졌다고 했다. 당시 행인들이 파도에 휩쓸리듯 인파 속에서 쓸려 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전문가 분석을 종합한 결과다.
특히 참사가 난 골목은 길이 약 40m에 폭이 약 4m에 불과한데, 오후 10시15분쯤엔 이곳 밀집도가 1㎡당 7.7명에 달했다. 사고 당시 골목에는 약 1800명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 상태에서 오후 10시15분24초에 골목 윗부분에서 사람들이 한쪽으로 밀려 쓰러지는 사고가 났다. 국과수 분석에 따르면 이런 ‘전도 현상’은 그 부근에서 그 이후 15초간 3차례 더 발생했다. 특수본 김동욱 대변인은 “첫 전도가 발생하고 6초 만에 다수 인파가 한 번 더 연쇄적으로 넘어졌고 이후 두 차례 전도가 이어졌다”며 “그 여파로 넘어진 사람 위에 사람들이 또 넘어져 쌓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골목 안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도, 이를 몰랐던 사람들이 골목으로 계속 들어오면서 골목 안쪽에서 사람들이 받는 압력은 더 커졌다. 국과수 분석 결과, 실제 이 골목 밀집도는 오후 10시15분쯤 1㎡당 7.7명에서 10분 뒤인 10시25분 1㎡당 10.7명까지 치솟았다. 특수본 김 대변인은 “밀집도가 1㎡당 7명만 넘어도 군중이 유체 덩어리처럼 변해 사람들이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3m 이상 떠밀릴 수 있고, 압력으로 질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면서 “처음 사람들이 넘어진 곳으로부터 10m에 걸쳐 수백명이 겹겹이 쌓이고 끼이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는 “사고 이후 압력이 가장 심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10시25분 기준으로 피해자들은 1인당 평균 약 560kg 정도의 힘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다수 피해자들이 최대 10분 이상 압력에 의해 저산소증을 겪다가 질식해 숨진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오후 10시19분에 경찰이, 10시30분에 119구조대가 도착했지만 피해자들이 골목 안에 끼여 있던 현상은 오후 11시 22분쯤에야 겨우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본은 참사와 관련해 23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중 경찰·용산구청·소방 관계자 등 17명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어 송치했다. 공동정범은 함께 계획하지 않았더라도 2명 이상의 과실이 하나의 범죄를 일으켰을 때, 책임을 묻기 위해 적용하는 법리다. 특수본에 따르면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도 같은 법리로 관련자들이 처벌받았다.
손제한 특수본부장(경무관)은 이날 “경찰·지자체·소방·서울교통공사 등 법령상 재난 안전 예방 및 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핼러윈으로 인파가 몰려 안전사고 위험이 큰 걸 알면서도 사전에 대책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고 참사 후 구호 조치도 부실하게 한 것 등이 겹쳐 참사를 키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특수본은 그러나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무혐의로 최종 결론 내렸다. 이들이 참사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법적 의무는 없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는 이날 피해자 진술을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면서 “이 장관 등은 소환 조사도 하지 않고 수사를 끝냈다”며 “특수본 수사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했다.
특수본은 이후 단계적으로 해산한다. 하지만 특수본이 송치한 사건을 받은 서울서부지검 수사가 시작된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10~11일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등 10곳을 압수 수색하며 보강 수사에 돌입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Interview] “S. Korea’s leap to middle power hinges on fair distribution and growth” says the former PM
- [에스프레소] 그때 제대로 사과했다면
- [특파원 리포트] 디샌티스가 내친 功臣 품은 트럼프
- [백영옥의 말과 글] [380] ‘비교지옥’을 끝내는 적당한 삶
- [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62] 스위스 아미 나이프
- A new dawn for Yeoseong Gukgeuk and its unwavering devotees
- “인간은 사회의 짐, 사라져”... ‘고령화’ 질문에 폭언 쏟아낸 AI챗봇
- 트럼프 2기 앞두고…美, TSMC에 9조2000억원 보조금 확정
- 러 반정부 세력 견제하려...강제수용소 박물관 폐쇄
- 한국야구, 일본에 3대6 역전패… 프리미어12 예선 탈락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