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한때 검찰의 조폭 관리대상… 정치·법조계 문어발 인맥
해외 도피 8개월 만에 태국 골프장에서 붙잡힌 김성태(55) 전 쌍방울 회장이 오는 17일 귀국할 것으로 13일 전해졌다. 김 전 회장은 당초 13일 한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했으나 검찰은 태국에 수사관을 보내 압송하기로 했다.
북한 광물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대북(對北) 로비, 이재명 민주당 대표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으로 수사받게 되는 김 전 회장에게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 김 전 회장은 ‘조폭 출신 사업가’로 알려져 있다. 본지 취재 결과, 실제 검찰은 2009년 김 전 회장을 관리 대상 조폭에 등록했다. 전북 남원 출신인 김 전 회장은 전주에서 학창 시절 대부분을 보냈고 전주 지역 폭력 조직인 ‘전주나이트파’에서 행동대장 격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2000년대 들어 상경한 김 전 회장은 대부업 등으로 돈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김 전 회장은 2010년 자금난에 허덕이던 쌍방울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가로 변신했다. 쌍방울 인수에는 배상윤(57) KH그룹 회장이 얽혀 있다. 김 전 회장이 대부업을 하던 시절 배 회장과 돈거래가 시작됐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쌍방울을 인수한 것도 배 회장이 김 전 회장 돈을 빌려 쌍방울 인수에 나섰다가 돈을 갚지 못하자, 김 전 회장이 배 회장의 쌍방울 지분을 넘겨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쌍방울이 2014년 광림을 인수한 것도 배 회장이 김 전 회장 돈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배 회장도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작년 5월쯤 동남아로 도피한 상태다. 배 회장도 귀국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알펜시아 입찰 방해’ 사건 등의 수사 대상이다. 김 전 회장과 배 회장은 쌍방울 인수 과정에서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2018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김 전 회장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만나 정치권과 법조계 인맥이 넓다고 한다. 쌍방울 그룹엔 여야 정치인, 판검사 출신 사외이사가 수십 명에 달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2018년 선거법 위반 사건 변호인이었던 이태형·나승철 변호사도 쌍방울 계열사의 사외이사 출신이다. 쌍방울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이규택 전 의원 같은 여권 정치인을 2011년 사외이사로 영입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김만배씨 측근으로 ‘헬멧맨’으로 알려진 조폭 출신 최우향(구속 기소)씨를 통해 김만배씨도 만났다고 한다. 이때 김만배씨는 수억 원을 천화동인에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성사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쌍방울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은 뒤끝 없는 성격으로 본인보다 한 살이라도 많으면 ‘형’, 한 살이라도 적으면 ‘동생’으로 부른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이 계열사 대표들과 형·동생으로 지내자, 쌍방울 임직원들끼리도 서로 형·동생으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이 쌍방울을 인수한 이후 쌍방울은 외형상으로는 계열사 51개, 자산 1조원대 그룹이 됐다. 특수 장비 자동차 제조사(광림)와 연예 기획사(아이오케이), 소프트웨어 회사(디모아) 등을 인수한 쌍방울은 대북 사업까지 노렸다. 김 전 회장은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키웠다고 한다. 기업을 인수하면 그 기업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빚을 갚으면서 또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쌍방울 측은 “회사의 미래를 위해 신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업계에서는 “계열사를 계속 늘리면서 돌려막기를 하는 것”이란 지적이 많다.
쌍방울은 최근 검찰 수사와 김 전 회장의 해외 도피로 그룹 이미지가 악화하면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태국 이민국에 체포된 김 전 회장이 현지에서 송환 거부 소송을 제기하며 버티는 것이 의미 없다고 판단한 것도 그런 사정 때문이라고 한다. 김 전 회장은 지난 12일 국내의 쌍방울 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회사에 손해를 끼쳐서 미안하다”고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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