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기밀문건 유출’ 특검 수사 받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임 시절 정부 기밀 문건이 잇따라 외부로 유출된 것으로 드러나자 법무부가 이 사건을 담당할 특별 검사를 12일(현지 시각) 임명했다. 전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 기밀문서를 불법 반출해 자신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 등에 보관했다는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어, 미국 전·현직 대통령이 ‘기밀 문건 유출’ 혐의로 동시에 특검 수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AP통신 등은 “2024년 재선 출마를 곧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번 사건은) 정치적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문건 유출 사건’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지난 10일이다. 미 CNN은 중간선거 직전인 지난해 11월 2일 바이든 대통령의 워싱턴 DC 개인 사무실에서 2013~2016년 작성된 기밀문서 10건이 처음 발견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CNN은 해당 문건에 우크라이나·이란·영국 등에 대한 미국 정보 당국의 첩보를 담은 메모나 브리핑 자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일부 문서는 최고 기밀 등급인 ‘일급비밀(top secret)’로 분류된 것이었다. 이 같은 사실이 두 달 뒤에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공화당 등에서는 “(중간)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대통령의 비밀 문건 유출 사실을 숨겨온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난 11일 NBC 뉴스가 바이든 대통령이 유출한 문건이 또 있다고 보도했다. 정부 기밀문서들이 바이든의 델라웨어주 윌밍턴 자택에서 추가로 발견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바이든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우리는 법무부 검토에 전적으로, 완전히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문건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며 “자신이 언급한 대로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커지자 법무부는 12일 오후 로버트 허 전 메릴랜드주 연방검찰청 검사장을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을 수사할 특검으로 임명했다. 한국계인 허 특검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법무부 수석차관보, 2018~2021년 메릴랜드주 연방검사장을 지냈다. 그는 “공명정대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판단으로 수사에 임하겠다”고했다.
법무장관이 임명하는 미국 특검은 수사 당국과 별개로 독립적인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연방 검사를 뜻한다. 이전 행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특검 조사가 진행됐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도청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은 이후, 버락 오바마를 제외하고 모든 대통령이 재임 중 특검 수사 대상에 올랐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이 적성국인 이란에 무기를 판 돈으로 니카라과 반군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이른바 ‘이란-콘트라 스캔들’과 관련, 로런스 월시 특검의 수사를 7년간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으로 로버트 뮬러 특검의 조사를 받았고, 지금도 기밀문서 유출 혐의 등으로 다시 한번 특검 조사를 받고 있다.
현직 대통령의 기밀 문건 유출 사태에 대해 백악관과 민주당은 “의도적으로 유출한 것이 아니다. 발견 직후 자발적으로 조사에 협조해왔다”며 “반대로 트럼프는 문서 발견 후에도 이를 계속 보관하면서 FBI 수사를 방해해왔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문건 유출이 ‘실수’인 만큼 고의로 은닉할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문건을 의도적으로 숨겨왔다며 특검이 ‘사법 방해’ 혐의 등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은 기밀 문건 유출에 대한 의도성 여부를 떠나 해당 문건이 해외 국가들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담긴 만큼 바이든이 ‘간첩법(Espionage Act)’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대통령의 자택 압수수색도 진행해야 하는 것이 ‘법적 형평성’에 맞지 않느냐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바이든 대통령 의혹에 대해) 의회가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은 올 초 2024년 재선 도전을 선언할 예정이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역대급 악재’가 터졌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의 변명에도) 하원 다수당 지위를 활용하기를 열망하는 공화당을 달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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