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신고 등산하니 땀 줄줄… “힘들어도 설산 매력에 푹”

김상훈 기자 2023. 1. 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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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테니스-자전거로 체력 다져오다 동료 의사 추천으로 산악스키 도전
낑낑 올라가니 근력-지구력 쑥쑥… 슬슬 내려오면 무릎부상 위험 적어
이젠 난도 높여 대회 출전 야심… “제대로 즐기려면 기초체력 다져야”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산악스키가 근력 강화에 좋고 무릎 관절에 미치는 영향도 작다고 했다. 스키를 타고 산에 오르는 이 교수를 동반자가 촬영했다. 이성 교수 제공
스키는 대표적인 겨울 레저이자 스포츠다. 하지만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다. 부상 우려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운동 전후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스키장에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눈 위를 빠른 속도로 활강하는 쾌감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스키어들이 그런 건 아니다. 스키가 밋밋하고 운동 효과도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성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51)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이 교수는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로봇위원회 초대위원장, 한국수술로봇교육훈련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이 교수는 꽤 오래전부터 스키를 즐겼다. 그러다가 2년 전 일반 스키를 중단하고 산악스키를 시작했다. 산악스키를 하게 된 이유가 있단다.
○ “테니스, 등산, 자전거로 기초체력 다져”

이성 교수는 야외 자전거 타기가 어려운 겨울에는 연구실에 자전거를 비치해 놓고 틈틈이 페달을 밟는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이 교수는 1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에 돌입했다. 이유가 있었다. 2007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고혈압이 나왔다. 30대 중반 젊은 나이였다. 비만도 아니었고, 다른 질병도 없었다. 결국 가족력과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었다. 고혈압 약을 처방받아 먹었다. 동시에 혈압을 다스리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이후 충분한 운동 덕분에 혈압이 안정적으로 떨어졌지만 약을 끊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현재도 혈압 관리를 위해 약을 먹고 있다.

이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운동은 테니스였다. 2008년 우연히 교수 테니스 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이후 수술을 끝낸 날 퇴근한 후 평균 주 2회 테니스를 했다. 스트레스가 꽤나 풀리는 기분이었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이 교수는 선수단 메디컬팀에서 활동했다. 당시 같은 팀에서 활동하던 의사 상당수가 스키 마니아였다. 그들은 겨울이 되기 전 체력 단련을 위해 평소 자전거를 탄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혈압과 체력 관리를 위해 자전거 타기를 추가했다. 처음에는 주말마다 혼자 자전거를 탔다. 그러다가 2020년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주행 거리가 늘어났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1박 2일로 왕복 150km를 주행했다.

얼마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테니스장이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운동이 필요했다. 이 교수는 병원 뒤편으로 나 있는 안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매주 4, 5회 수술이 끝난 후 혹은 퇴근한 뒤 산에 올랐다. 무척 빠른 속도로 걸었다. 5km에 가까운 산길을 1시간에 주파했다.
○“산악스키, 무릎에 무리 가지 않아”

다른 운동을 하면서도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갔다. 꽤 오랜 기간 즐겼지만 40대 후반이 되면서 흥미를 잃었다. 일단 스키가 자신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를 확신할 수 없었다. 무릎 건강도 걱정이 됐다.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얻는 효과가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2021년 1월 다른 대학병원의 교수가 산악스키를 추천했다. 스키를 신고 등산을 한다니, 흥미가 생겼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이 교수는 한 달 후 그 교수에게 장비를 빌려 강원 평창에서 산악스키에 도전했다.

해가 뜨기 전인 오전 6시에 산 밑에서 출발했다. 스키를 끌고 정상까지 올라가는 데 2시간이 걸렸다. 몇 겹의 옷을 뚫고 나온 땀은 그새 얼음알갱이로 변해 있었다. 온도계를 보니 영하 15도였다. 하산은 순식간에 끝났다. 다만 일반 스키처럼 빠른 스피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 이 교수는 “일반 스키와 달리 산악스키는 썰매를 타듯 슬슬 내려오는 게 특징”이라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산악스키를 하고 나서는 무릎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게다가 근력이나 지구력 등 모든 점에서 운동 효과가 일반 스키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이 교수는 산악스키에 빠져들었다. 주말 약속이 없으면 금요일 오후 수술이 끝나자마자 평창으로 달려갔다. 밤 12시 무렵 도착하면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산악스키를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자신의 산악스키 레벨이 초급이라고 했다. 자신은 지금까지 스키장이나 비교적 난도가 낮은 산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울릉도의 산악스키 코스가 난도가 높으며, 그곳을 자주 올라야 고수 소리를 듣는단다. 그래도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이달 말에는 산악스키 대회에도 출전해볼 생각이다.
○“규칙적 운동, 10년 후 효과 나타나”

이 교수는 “40대로 접어든 이후부터는 어떤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운동 종목을 결정할 때는 신체적 노화를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이 교수는 테니스가 재미는 있지만 갈수록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했다. 40대 이후에는 30대 때의 80% 힘으로만 라켓을 휘둘러야 하는데, 무심코 전력을 다했다가 부상이 생긴다. 이 교수 또한 엉덩이와 무릎 부상, 테니스엘보가 생겼다. 일부러 힘을 빼고 나서야 이런 부작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전거를 선택한 것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 교수는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면 근력 강화에도 좋고 무릎 부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겨울에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탄다. 평소 타고 다니던 자전거를 일부 개조해 연구실에 설치했다. 수술을 끝낸 후 가끔 1시간씩 대략 25∼30km를 주행한다.

등산은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하는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아내에게도 적극 권유했다. 처음엔 등산을 딱히 좋아하지 않던 아내도 1년 전부터 함께 산에 오른다. 이 교수는 주로 주말에 아내와 안산에 간다. 정상까지 왕복 2시간 산행이다.

이처럼 운동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는 이유가 있다. 겨울로 좁히자면 산악스키를 제대로 즐기기 위한 기초 체력을 다지기 위해서다. 더 크게 보자면 평생 건강을 위해서다. 이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며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하면 튼튼한 ‘건강 뿌리’가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 종목보다는 여러 종목을 동시에 혹은 번갈아 가면서 운동할 것을 이 교수는 추천했다.

산악스키 즐기려면 장비 제대로 갖추고 동반자와 함께 체력에 맞는 코스로 올라야


산악스키는 등산과 스키를 접목한 스포츠다. 일반 스키보다 훨씬 강인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나이와는 상관이 없을까. 이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자도 속도를 늦추면 충분히 가능하고, 실제 현장에서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다만 산악스키를 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첫째가 기초 체력이다. 그는 “눈 덮인 산을 오르는 것도 어려운데, 스키를 신고 올라가려면 사전에 규칙적으로 체력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근력이 필요하다. 이 교수는 자전거와 등산 외에도 계단 오르기를 추천했다. 그는 등산을 할 때도 계단이 있는 곳을 일부러 선택한다.

둘째, 산악스키를 할 때는 반드시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교수 또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폭설이 내린 날 동반자들보다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대열에서 이탈했다. 눈이 더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얗게 변하자 방향을 잃었다. 1시간 정도 헤매다가 다행히 길을 찾았지만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셋째, 제대로 된 장비로 충분히 훈련한 뒤 도전해야 한다. 산악스키 장비는 일반 스키 장비와 다르다. 스키는 더 가볍고 폭이 더 넓다. 장비 가격도 비싸다. 처음에는 장비를 사는 것보다 숍에서 빌리는 게 좋다. 산에 간다고 해서 두툼한 외투를 입으면 안 된다. 얇고 보온성이 높은 옷 여러 벌을 겹쳐 입어야 한다.

넷째, 자신의 나이와 체력에 맞춰 코스를 정해야 한다. 보통 40, 50대까지는 새벽에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60대가 넘으면 해가 뜨고 난 다음에 충분히 아침 식사를 하고 나서 출발하는 게 좋다. 내려올 때도 속도를 줄이도록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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