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장관·의원 연쇄접촉… 日측 “양국관계 개선에 전력”
박진 외교부 장관이 13일 미국을 방문 중인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통화하고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현안을 논의했다. 일본을 방문 중인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아소 다로 전 총리 등 일본 지도자들과 만나 배상 문제 해법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전날 징용 피해자들에게 줄 배상금을 피고인 일본 기업 대신 우리 정부가 재단을 통해 먼저 지원하겠다는 ‘제3자 변제’ 방안을 공식화한 이후 양국 정부와 국회 간 소통이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한일 관계 개선의 최대 문제인 징용 해법 마련을 위해 양국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는 이날 “박 장관과 하야시 외무상은 이번 통화에서 강제징용 문제 등 한일 간 현안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한일 관계 발전 및 제반 현안 해결을 위해 외교 당국 간 각급에서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2일 국회 공개 토론회에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징용 피해자들이 받을 배상금을 우리 정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먼저 지원할 수 있다는 중재안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문제 해법의 방향을 제시한 다음 날 한일 외교장관 채널이 가동된 것이다. 교도통신은 “하야시 외무상이 박 장관에게 일본 기업의 배상을 한국 재단이 먼저 하는 한국 측 해결책에 관해 설명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야시 외무상은 이날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 정부가 검토하는 징용 해법과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면서도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쌓아온 우호 협력 관계의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긴밀히 의사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징용 배상 문제의 경우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해결됐다는 입장이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정진석 위원장은 이날 아소 다로 전 총리,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등을 잇달아 만나 배상 문제를 논의했다. 정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이자고 했고, 징용 문제를 비롯한 양국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저는 일본 측에 일방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운 ‘고장난명’(孤掌難鳴, 혼자의 힘만으로 일을 이루기 어려움)이기 때문에 (일본 측에서도) 성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도쿄의 한 식당에서 열린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신년회에선 “양국의 외교 당국 간 치밀한 대화와 조율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비롯해 일본의 수출 규제, 조건부 연장 상태에 있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 등도 시나브로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일한의원연맹 누카가 후쿠시로 회장(자민당)도 “올해는 ‘김대중·오부치 파트너십 선언’ 25주년”이라며 “한일 관계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일한·한일의원연맹은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총리 관저 소식통을 인용해 한국 정부가 검토하는 징용 해법에 대해 “현실적”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또 일본 정부 내에서는 자국 기업이 징용 판결금을 지급하는 재단에 기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국내에선 야당과 징용 피해자 등을 중심으로 “일본 책임을 면책해주는 것” 등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날도 야권에선 정부안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 사과도 없이 우리 기업의 출연 재원으로 피해를 보상하는 방안”이라며 “일본과 관계 개선을 위해 간·쓸개 다 내준다는 태도”라고 했다. 문희상 전 의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서 “이걸 밀어붙이려고 하다가는 국회에서 걸린다”며 “국회에서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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