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부도 급증에… 폐업지원금 1조원 육박

강다은 기자 2023. 1.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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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값·금리 상승에 한국 산업의 뿌리 흔들
반년째 방치된 공장 - 지난 12일 오후 경기 포천시 신평공단 내 한 염색 가공업체의 외부 모습. 이 기업은 작년 부도가 난 후 반년 넘게 방치돼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과 금리 상승 여파로 국가산업단지 내 휴·폐업 기업은 2018년 224곳에서 지난해 633곳으로 182% 급증했다 /고운호 기자

지난 6일 오전 11시쯤 경기 포천시 신북면 섬유·염색 가공업체들이 밀집된 포천신평공단. 한때 직원 100명이 넘던 A 염색공장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이 공장은 작년 10월 자진 폐업했다. 건물 유리창 곳곳은 깨져 썰렁한 내부가 들여다보이고 이동식 화장실, 치우다 만 목재 등 건축 자재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100여m 떨어진 한 염색공장도 작년 폐업을 해 경비원 1명만 정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경비원은 “처분하지 못한 공장 설비가 그대로 있어 가져가지 못하게 자리를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인근 다른 염색공장 직원은 “최근 1년 새 직원이 15명 줄었고, 일감이 없어서 월요일에 일을 몰아서 한 뒤 다른 날은 경비를 서는 수준”이라고 했다. 신평공단의 섬유·염색 가공업체 21곳 중 3곳이 작년 하반기 부도가 나거나 자진 폐업으로 회사 문을 닫았다.

이 공단을 비롯해 양주·동두천 일대는 섬유·가죽·패션 산업특구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작년 12월 “글로벌 섬유·패션 브랜드 거점지로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이 지역 특구 지정을 2024년까지 연장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자재값·금리 상승,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공장 창고에는 나날이 재고가 쌓이고, 새해 최저임금이 또 오르면서 폐업하거나 폐업을 고민 중인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작년까지는 겨우 버텼는데 올해부턴 폐업 도미노가 본격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중소기업 폐업 도미노” 우려

13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생활 안정과 노후보장을 목적으로 ‘노란우산공제’에 가입한 중소기업인·소상공인에게 지급한 폐업공제금은 2018년 5462억원에서 4년만에 77% 급증해 지난해엔 968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국가산업단지 휴·폐업 기업은 2018년 224곳에서 지난해 633개(182% 증가)로 급증했다.

특히 에너지나 원자재값 급등 영향에 취약한 섬유·금속가공(도금) 업체의 타격이 컸다.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9개 공단에서 작년 한 해 33곳(8.3%)이 문을 닫았다. 2019년 407곳이던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회원사는 작년 말 250곳으로 줄었다. 박평재 조합 이사장은 “이미 폐업했거나 월 2만원 조합 회비도 못 내는 상황의 업체가 많은 것”이라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새해에도 중소기업 휴·폐업은 계속되고 있다. 섬유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동두천 일반산단에 있는 매출 100억원 규모 염색업체가 이달 20일에 폐업하겠다고 거래처에 통보했고, 양주의 한 중견 섬유업체도 이달까지만 영업하기로 했다. 그나마 공장을 돌리는 업체들은 직원 일부를 내보내고 공장 가동률을 낮춰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티는 중이다. 경기 반월중앙도금공단 관계자는 “일감이 없어 인근 5개 업체 중 1곳이 주 3일 근무, 1곳이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공단 활기 잃자, 인근 상인들도 울상

산업공단과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자 인근 상권도 활기를 잃었다. 이상호 한국표면처리공업협동조합 전무는 “한때 잔업까지 하며 300만~400만원을 받아가던 근로자 월급이 90만~150만원으로 줄었는데, 어떻게 식당에서 밥을 사 먹겠느냐”고 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밀집해 사는 경기 포천시의 한 빌라촌 앞 편의점주는 “인근 공장이 안 돌아가니, 외국인들도 일감을 찾아 이틀은 양주로, 이틀은 동두천으로 옮겨 다닌다”며 “아예 방을 빼고 일감을 찾아 농촌으로 떠나는 사람도 생겨 편의점 손님도 크게 줄어들었다”고 했다. 경기 장자일반산단·만세공단 인근에 있는 부대찌개집 사장 박모(66)씨는 “인근에 공단이 많고, 공단과 공단 사이의 주요 길목이기도 해서 화물차 기사나 공단 직원들이 많이 왔지만, 요즘은 야근하는 사람이 없어 이 일대 식당들이 저녁 장사를 안 하고 문을 일찍 닫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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