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의 미술과 시선] 도시인의 러스틱 라이프
도시를 떠나 시골로 가는 ‘러스틱 라이프(Rustic Life)’가 인기다. 특히 MZ세대에게 시골의 고즈넉한 정취와 복고식 가게, 로컬푸드는 감성적인 여행 코스이자 소비 취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장기화된 팬데믹으로 지친 이들에게 촌의 여유로운 이미지는 로망을 일으키는 장소로 부각되며 국내 관광산업의 촉매제로 작동한다.
요즘의 트렌드에 앞서 ‘러스틱 라이프’를 행한 미술작가가 있다. ‘자연미술가’라는 별칭과 함께 알려져 있는 임동식(1945년생)이다. 그는 1993년 독일 함부르크 미술대학에서 유학 후 돌아와 자신의 고향과 인접한 공주 원골에 칩거하며 ‘자연인’ 생활을 했다. 문명과 세속에서 벗어난 그는 손수 지은 집에 살면서 동물을 돌보고, 산과 들에서 퍼포먼스와 회화 등 작업을 하는 한편, 주민과 마을 미술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동시기 국내에서 대중문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새로운 기술 미디어가 유입돼 미술의 매체 전반을 휩쓸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그는 계절별 2인 초상 연작 <자연예술가와 화가>에 담은 내용처럼, 무위의 경지에 다다른 듯 초연한 태도로 자연에 순응하는 예술을 지속했다. 생의 균형과 조화가 내는 힘이 작품의 내면에 강하게 자리해 있다.
촌에서의 삶이 동경의 대상으로 떠오른 오늘날 현상은 대도시가 직면한 위기를 드러내는 심리적 지표다. 불안한 위기의 저변에는 일상 곳곳을 위험으로 내모는 과도한 인구 밀집 문제가 있다. 도심의 과밀함이 초래한 악재는 곧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쉽다. 사람들은 이를 제대로 애도할 겨를도 없이 다음의 사건 사고를 듣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쫓기듯 떠밀린 이들이 나만의 안정된 곳을 찾아 떠나기를 꿈꾼다. 낡고 오래된 것이 새로운 유행이 되는 시대, 겹겹의 피로와 위험을 덜어내고 만난 원형의 자연에서 비로소 휴식을 감각하는 요즘이다.
오정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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