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서 경찰이 아내 살해 후 암매장…공분 들끓어

경찰교육원 내부서 범행…여성단체 "가정사 아닌 공권력 피해"

지난 3일(현지시간) 아내 살해 혐의로 도주했다 체포된 카세레스(가운데)가 압송되는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에콰도르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에콰도르에서 경찰관이 아내를 살해하고 도주했다가 붙잡힌 뒤 자신의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13일(현지시간) 에콰도르 일간지 엘코메르시오와 중남미 매체 인포바에 등에 따르면 경찰 출신 헤르만 카세레스는 지난해 발생한 아내 마리아 벨렌 베르날 사망 사건과 관련, "내가 아내를 살해하고 암매장했다"고 자백했다.

경찰에서 밝힌 사건 경위를 보면 지난해 9월 10일께 카세레스는 수도 키토 북부에 있는 경찰교육원(경찰학교) 숙소에서 아내이자 현직 변호사였던 베르날과 말다툼하다 목을 졸라 숨지게 했다.

이어 이튿날 그는 교육원에서 10분 거리인 카시타과 화산 중턱에 아내 시신을 파묻은 뒤 경찰에 '아내 실종 신고'를 하고서 자취를 감췄다.

베르날 행방을 추적해온 경찰은 그의 교육원 출입 기록이 석연치 않은 점 등을 토대로 강력 사건으로 전환한 뒤 일대를 뒤지다 열흘 만에 베르날 시신을 발견했다.

'딸 사망 관련자 엄벌 촉구' 집회하는 엘리자베스 오타발로(가운데)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카세레스의 출국 사실도 확인한 경찰은 그를 아내 살인 사건 용의자로 보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공조해 콜롬비아에서 체포했다. 사건이 불거진 직후 카세레스는 해임됐고, 경찰교육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경찰에서 "술에 취한 상태에서 말다툼하다 그랬다"며 암매장은 자신이 혼자 했다고 진술했다고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유족을 비롯한 여성단체는 이 사건이 가정 문제로 비롯된 게 아닌 '공권력에 의한 혐오 범죄'라고 성토하고 있다.

피해자의 모친인 엘리자베스 오타발로는 "당시 현직에 있던 경찰관이 국가 시설 안에서 저지른 범행"이라며 시신을 숨기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의 위치나 크기 등을 볼 때 '단독 범행' 진술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 공범으로 또 다른 경찰관을 구금한 상태다. 하지만, 그는 무혐의를 주장하며 석방을 요청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walden@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