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계’ 당권 장악·총선 승리 올인 전략, 변수는 여론
이 기사는 언론사에 의해 수정되어 본문과 댓글 내용이 다를 수 있습니다.
━
[여의도 톺아보기] 국민의힘 당권 경쟁
‘윤심’은 과연 득이 될까, 실이 될까.
3·8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5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당권 경쟁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집권 여당의 총사령탑을 맡아 내년 총선을 책임지게 된다는 점에서 누가 당권을 거머쥘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천권’이 걸려 있는 것도 경선 레이스를 달아오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당권 주자들 모두 총력전을 예고하고 나선 것도 새 당대표가 사실상 전권을 쥐고 여당의 총선 후보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당내 주류 세력이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친윤계가 대통령의 국정 개입 논란까지 감수한 채 ‘윤심’을 공공연히 내세우며 당권 장악을 공언하고 나선 데는 “더 이상 정국의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실제로 친윤계 내부에선 지난해 20%대까지 떨어졌던 대통령 지지율이, 대북 강경 대응과 화물연대 파업 엄정 대처 등을 통해 전통적 지지층 규합에 성공한 덕에 최근 40% 안팎까지 오른 상황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긍정 평가하는 이유로 ‘결단력이 있어서’가 첫손에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장 이번 주에도 윤심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두 개의 장면이 연출됐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과 ‘김장연대’를 결성하며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김기현 의원은 지난 9일 캠프 개소식 때 윤 대통령 대선 유세에 쓰였던 대형 북을 충남에서 긴급 공수해 내걸었다. 북에는 윤 대통령의 친필이 적혀 있었다. 마침 이날 오전 경쟁 후보인 안철수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직후 김 의원이 이처럼 ‘윤심’을 전면에 내세우자 당내에서도 다양한 뒷말이 나왔다. 김 의원은 이틀 뒤인 지난 11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는 윤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어퍼컷 세리머니를 똑같이 따라 하기도 했다.
주목할 부분은 윤 대통령과 친윤계의 최근 행보엔 단순히 당권을 쥐는 차원을 넘어서는 ‘빅 픽처(큰 그림)’가 숨겨져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역대 집권당 대통령이 선거를 앞두고 당을 바꿨던 사례도 참고자료로 제시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총선을 앞두고 새천년민주당을 만들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6년 총선 직전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사례 등도 줄줄이 소환된다.
문제는 윤심이 두드러질수록 중도층과 무당파 등으로의 외연 확대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만만찮다는 점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독단적·일방적’이 윤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긍정 평가 1위인 결단력과는 동전의 앞뒷면인 셈이지만 선거를 앞둔 당과 후보들 입장에선 부정적 측면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 싸움에선 윤 대통령의 대리인격인 당대표를 앞세워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적잖다.
그런 만큼 윤심 논란이 격화될 경우 여론의 향배에 따라 얼마든지 비주류 당선이란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100% 당원 투표라지만 총선 승리가 제1의 목표인 현역 의원과 당원 입장에선 여론과 민심의 동향을 마냥 외면만 할 순 없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2011년 한나라당 전대 때도 비주류인 홍준표 후보가 당선됐고 친이계의 지원을 받은 원희룡 후보는 4위에 그쳤다. 2014년 새누리당 전대에서도 친박계가 전폭적으로 민 서청원 후보를 제치고 비주류인 김무성 후보가 승리를 거뒀다. 이때도 박근혜 정부 2년차였다.
결국 윤심의 최종 성적표는 지지율에 좌우될 전망이다. 윤심을 전면에 내세운 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여론의 추가 어디로 기울지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설령 윤심이 당권이란 1차 관문을 통과하더라도 지지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총선이 다가올수록 선수 교체 요구가 거세질 수밖에 없다. 2016년 안철수 의원 탈당으로 당이 위기에 처하자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깜짝 영입하고 공천권을 위임한 게 대표적 사례다. 비대위 체제로 갈 경우 친윤계의 모든 구상은 수포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지금 윤심에게 진짜 필요한 건 가속 페달이 아니라 주변 여론을 살필 수 있는 사이드미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jbjea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