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산지, 주말 70㎝ 눈폭탄 비상
폭우가 엎쳤고, 폭설이 덮친다.
제주도에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주말인 14일부터는 기온이 내려가면서 비가 눈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강원도에는 최대 70㎝가 넘는 폭설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 눈 피해가 우려된다.
13일 기상청에 따르면, 강한 남풍과 함께 많은 수증기가 유입되면서 제주도 산지와 경남 남해안을 중심으로 시간당 50㎜ 안팎의 매우 많은 비가 내렸다. 12일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제주 삼각봉이 379㎜, 경남 거제(양지암) 123㎜, 전남 광양(백운산) 90㎜, 서울 36.3㎜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서울에서는 겨울철에 이례적으로 청계천 통행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제주 공항에서는 항공기 결항과 지연이 속출했고 한라산 탐방은 전면 통제됐다. 이날 화천 산천어축제가 휴장을 하고, 홍천강 꽁꽁축제는 실내행사만 여는 등 전국 곳곳의 행사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비는 오후에 대부분 그쳤지만, 강원도와 제주도, 경기도 일부와 충청, 전북에는 밤까지 이어졌다.
주말인 14일에는 기온이 점차 내려가면서 강원 산지와 동해안은 새벽부터, 수도권과 강원 내륙, 충북, 경북은 오후부터 밤사이에 비가 눈으로 바뀌어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 박정민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특히 동해상에서 많은 수증기가 응결돼 눈구름대를 만들고 대기 하층의 기류를 따라서 유입되는 과정에서 많은 눈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강원 지역에서는 36~48시간 정도 지속해서 강한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4일~16일 예상 적설량은 강원 산지와 강원 북부 동해안은 20~50㎝이고, 많은 곳은 70㎝ 이상 쌓이는 곳도 있겠다. 강원 중·남부 동해안과 경북 북동 산지에도 10~30㎝, 많은 곳은 40㎝ 이상의 많은 눈이 내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는 1~3㎝, 경기 동부와 충북 북부, 경북 북부에는 2~7㎝의 눈이 내릴 전망이다.
이번 눈은 지난해 말 전라 지역에 퍼부었던 건설(乾雪, 마른 눈)이 아닌 많은 수증기를 머금은 습설(濕雪) 형태로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습설은 일반적으로 내리는 눈보다 2~3배가량 무겁다. 10m×세로 20m 소형 비닐하우스에 습설 50㎝가 쌓이면, 눈의 무게만 30t이다. 덤프트럭(15t) 두 대가 놓여 있는 셈이다.
기상청은 이번 폭설이 2년 전인 2021년 3월 1일 강원도에 큰 피해를 일으켰던 대설 상황과 비슷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최대 90㎝에 이르는 눈폭탄이 쏟아지면서 강원 지역에서 총 53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명이 숨지고 94명이 다쳤다. 또, 연휴를 동해안에서 보내고 돌아가는 귀경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요 고속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했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고립되거나 사고가 나서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월동 장비를 꼭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