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좌절·우경화 본격화… 日 ‘잃어버린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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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퇴위를 결정하면서, 그의 재위를 알리는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1989∼2019)가 막을 내렸다.
"한쪽 시대만 가치가 있다고 보고 다른 쪽은 가짜라고 단정하는 '속 편한' 삶을 사는 이는 고민할 게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요. (중략) 과거에서 시작된 발걸음을 모방하는 것이 에스컬레이터처럼 인류나 사회의 진보로 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시대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헤이세이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좌절이나 환멸은 '그 선택이 틀렸을 뿐이고, 이런 노선을 따랐으면 해결됐을 것'이라는 형태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중략) 안녕히, 통사(通史)로 그려낼 수 있었던 일본의 마지막 시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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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사/요나하 준/이충원 옮김/마르코폴로/3만7000원
2019년 아키히토 일왕이 생전 퇴위를 결정하면서, 그의 재위를 알리는 연호 ‘헤이세이(平成)’ 시대(1989∼2019)가 막을 내렸다. 이 시기 일본은 급속한 경제성장이 곤두박질치듯, 많은 분야에서 대전환을 겪었다.
그래서 이 시기는 뭉뚱그려 ‘잃어버린 30년’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역사는 한 줄로 쉽게 평가하기보다는 수많은 사건과 주체가 끊임없이 복합적, 연쇄적으로 상호작용해서 이뤄진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신간 ‘헤이세이사’는 정치, 경제, 사상,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난 30년간 벌어진 사건을 조목조목 나열하며 그 의미를 부여한다. 647쪽의 방대한 분량이다. 저자인 일본 역사학자 요나하 준은 헤이세이를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을 주장하지 않는다. 대신 인문학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보고 느낀 시기별 시대적 지형을 얘기한다. 아무로 나미에 은퇴, AKB48의 부상, 사회현상화된 신세기 에반게리온, TV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슈퍼’ 종영 등 단편적으로 흩어져 보이는 대중문화 일화 속에서도 정치·사회적 역학을 읽어낸다.
저자는 헤이세이 시대를 정리하며 이렇게 말한다. “한쪽 시대만 가치가 있다고 보고 다른 쪽은 가짜라고 단정하는 ‘속 편한’ 삶을 사는 이는 고민할 게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라는 게 그렇게 단순한 것일까요. (중략) 과거에서 시작된 발걸음을 모방하는 것이 에스컬레이터처럼 인류나 사회의 진보로 묘사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시대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헤이세이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좌절이나 환멸은 ‘그 선택이 틀렸을 뿐이고, 이런 노선을 따랐으면 해결됐을 것’이라는 형태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중략) 안녕히, 통사(通史)로 그려낼 수 있었던 일본의 마지막 시대여.”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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