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치’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지적 장애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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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부유한 집안 출신 여성 패니 퍼스트는 1786년 스물두 살이 됐지만, 지능 수준은 3세 정도에 불과했다.
저자는 지역 사회에서 돌봐야 할 이웃으로, 인간의 진보를 위해 박멸해야 할 대상으로, 함께 살아야 할 사회 구성원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뀐 지적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면밀하게 추적했다.
책에 따르면 '백치'나 '치우(癡愚)'로 불린 지적장애인들은 18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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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치라 불린 사람들/사이먼 재럿/최이현 옮김/생각이음/2만2000원
영국의 한 부유한 집안 출신 여성 패니 퍼스트는 1786년 스물두 살이 됐지만, 지능 수준은 3세 정도에 불과했다. 숫자를 스물까지밖에 세지 못했고, 날짜와 시간, 계절을 구분하지 못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백치’라 불렀지만, 적어도 온정적으로 대했다.
책에 따르면 ‘백치’나 ‘치우(癡愚)’로 불린 지적장애인들은 18세기부터 19세기 초까지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았다. 이들에 대해 모욕적인 표현이 난무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들을 보호하고 사랑하며 수용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19세기 제국주의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유럽인들은 옷도 입지 않고, 오두막에 살면서 먹을 것 이외에는 별반 호기심이 없는 ‘미개인’을 보면서 자기 동네에 사는 ‘백치’를 떠올렸다. 인간과 인종, 민족에 위계를 부여했다. 생물학의 발달은 이런 경향을 강화했다. 급기야 독일의 나치 정권(1933~1945년)은 지적장애인 40만 명을 대상으로 단종 수술을 단행했고, 안락사법을 도입해 독살하거나 아사(餓死)하도록 방치했다.
전쟁이 끝나자 사람들은 정신을 차렸다. 우생학은 신뢰를 잃었고, 100년 넘게 지역 사회에서 쫓겨난 지적장애인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했다. 이들을 가뒀던 낡은 시설이나 병원들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저자는 인식 변화로 이제는 많은 지적장애인들이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적장애인에 대한 가혹한 차별이 언제라도 부활할 수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경계의 고삐도 바짝 죄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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