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를 보고 다시 무너졌습니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석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상처난 마음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보단 아픈 상처부위를 건드리고 헤집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놀러 가서 그렇게 된 일을 왜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느냐"고 그만하라고 이들의 등을 떠민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전히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길거리, 국회, 대통령실을 부유한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어떻게, 언제,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알고 싶다는 이유가 이들의 등을 떠밀고 있다.
12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 8명, 생존자 2명, 지역상인 1명은 국회 국정조사 2차 공청회에 참석해 참사에 대해 증언했다.이들의 이야기는 하나하나가 구구절절했다. <프레시안>에서는 이들의 발언 전문을 싣는다. 이들이 겪는 슬픔, 그리고 아픔을 공유하고자 하는 취지다. 아래는 참사 희생자 고 박가영 씨 엄마 최선미 씨 발언 전문.
※기사를 보기 전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래의 진술서 전문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의 현장과 참사 경험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가영이는 패션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고자 방학 때마다 12시간씩 알바를 하며 유학자금을 모아 10월 31일에 유학원과의 면접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알바비를 받는 날에는 시골 할아버지 용돈부터 챙기던 아이였습니다.
그날도 알바를 하고 난생처음 자신에게 선물하듯 저녁 시간에 이태원에 갔습니다. 매일매일 자신의 삶을 너무나도 열심히 성실하게 살아내던 아이였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 중에 누가 우리 아이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까?
놀러가서 죽었다고요? 왜 우리 청년들은 놀면 안 됩니까? 놀러 오라면서요? 축제라면서요. 홍보 하셨잖아요. 어찌 어른들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아이들에게 모든 걸 덮어 씌우십니까?
저는 참사 이후 정부의 무능한 행정조치에 아연실색하였습니다.
참사 당일 정부는 유가족 찾기 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에 사망자 명단만 속보로 내보냈다면 유가족들의 연락처 또한 저절로 알게 되었을 것을 명단을 감추고 전혀 내보내지 않아 유가족들로서 자기의 아이가 주검이 된 사실조차도 모른 채 12시간이 지난 후에야 알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유가족 연락처가 확보가 어려워 뒤늦게 연락을 하게 되었다고 변명을 합니다.
그동안은 참사나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실종자, 사망자들의 신원은 신속하게 파악 하여 유가족들에게 알리고 언론에 희생자 명단이 실시간 속보로 알려졌고 브리핑을 통해 사고경위, 사고 이후 조치 등의 내용을 유가족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이번 참사의 경우는 별다른 조치가 없어 유가족들이 직접 희생자들을 찾아나서야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우리 가영이의 경우에도 분명 친구가 구급차에 타서 구급대원에게 신원을 확인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원조회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모를 밤새 순천향병원 마당에 세워놓았습니다.
아침이 돼서야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사실을 기자들을 통해서 알게 되고 어떤 병원으로 갔는지 몰라서 40군데 되는 병원에 확인 전화해 보라면서 기자들이 준 연락처를 가지고 전화를 했지만 한 군데도 확인해 주지 못한다고 얘기했고, 용산경찰서에서도 모른다며 그 자리에 가만있으라고, 곧 연락을 줄테니 움직이지 말라고 우리 부모를 길거리 골목에서 몇 시간 동안 오도 가도 못하게만 들어놓더니 실종자 신고를 해야 알려준다고 해서 실종자 신고를 하였고 또 다시 모른다고 하여 다목적체육관으로, 다시 순천향병원으로, 한남동주민센터로, 또 다른 병원으로 울부짖으며 전전하며 찾아다닌 끝에 강동성심병원에 우리 가영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영이를 찾아나선지 12시간 만이었습니다.
곧 연락을 줄테니 움직이지 말라던 용산 경찰서는 그때도 아무런 전화도 하지 않았습니다. 신원 확인은 이른 새벽에 이루어진 것으로 압니다. 왜 유가족은 12시간이 넘도록 아이를 확인할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현재 아이가 참사 당일 어떤 경위로 참사가 발생한 것인지, 어떤 응급조치를 받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이태원과 거리가 먼 강동성심병원으로 안치된 것인지 모릅니다.
대통령이 중대본과 행안부 등에 유가족을 위한 여러 가지 지시를 한 것으로 아는데 정부 어느 기관도 유가족을 모아놓고 브리핑을 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 결과 유가족들은 참사가 왜 일어났으며 어떤 구급조치를 받았으며, 왜 신원 확인이 12시간이나 걸렸고 시신 수습 과정이 어땠는지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모든 대처에 미흡한 정부가 가장 빠르게 움직인 것은 특수본 설치입니다. 참사 이후 책임 있는 사람이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 할 때에 특수본을 설치하여 증인들이 수사 중이라는 명목으로 입을 닫게 만들어버립니다.
정부는 아직까지도 아무런 내용을 발표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습니까? 왜 유가족 연락처를 공유해 주지 않습니까? 왜 어떤 기관도 브리핑이 없습니까?
보건복지부는 시신 수습 과정을 설명하고 경찰청은 왜 참사가 일어났는지 왜 대처가 미흡했는지, 소방은 어떤 구급활동을 했는지 알려줘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컨트롤타워라고 하는 행안부는 브리핑하도록 지시하고 조처를 취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무책임하고 부실하고 무능한 행정 공백이 원인입니다. 참사 이후 7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안일하고 부실하고 변함없는 태도는 변한 게 없습니다.
저는 삼우제를 지내던 중 유품을 기한 내 에 찾아가지 않으면 처분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너무 놀라서 서울로 올라오던 중에 국회 앞에 두 평 정도의 분향소에 들러 아이를 보고자 했습니다.
그날 거기서 위패도 영정도 없는 분향소를 보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기가 막힌지. 저는 생전 처음보는 분향소에 할 말을 잊었습니다. 다시 무너지죠. 어쩌다가 우리 아이는 기억하면 안 되는 아이가 됐는가라는 의문과 분노가 생깁니다.
한편 급하게 유품을 가지러 오게 되어 17살 아들이 혼자 있는 것이 내심 마음에 걸려 걱정이 돼서 트라우마센터에 전화를 걸어 당장 상담 요청을 했더니 사고가 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 상담은 힘들다며 2주 후에 상담을 시작하자고합니다.
기가 막혔지만 기다렸다가 2주 후에 상담이 시작돼서 한 시간을 달려 방문한 곳에는 같은 자리에서 아빠와 사춘기 아들을 동시에 상담을 하면서 번갈아가며 같은 내용을 묻더랍니다. 실질적인 상담이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조서를 꾸미는 정도의 상담이었습니다. 2명이 상담을 받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 정도였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잠을 못 잔다, 경찰의 잦은 연락에 감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든다' 라고 말한 것이 상담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까 경찰에서 전화가 와서 '상담 다녀오셨더라고요. 저희가 연락하는 것이 많이 불편하셨나봐요'라고 얘기를 듣게 됩니다. 또한 공주정신병원에서 온 문자에는 다음 예약 날짜와 함께 '누구나 무료로 언제든지 상담 가능함. 단 아동, 청소년 제외'라는 문자가 옵니다.
왜 정부를 못 믿냐고요? 상담 내용이 경찰에 알려졌고 청소년이 상담 받는 곳이 아닌 곳을 소개시켜주면서 정부는 모든 조처와 서비스를 다한다고 언론에만 알립니다.
우리는 정부의 모든 정보를 언론을 통해 알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설명하고 알려줘도 어렵고 힘든 과정인데 아무것도 안 알려주고 아무 조처도 안 취해 주면서 그저 시간만 흘러가기를 바랍니다.
우리 유가족들은 단 한 가지. 있는 그대로 얘기해달라는 것, 매뉴얼대로 지침대로 왜 하지 못했는지, 그 결정의 이유는 무엇인지, 참사 이후 경찰이나 소방이 긴급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대처를 못했다면 그 경과와 이유를 제발 좀 설명해 주십시오.
지금 정부의 행태는 초등학교 교사가 다른 반으로 놀러가 교실을 비운 사이 아이들이 장난 치다 사고가 났는데 교장 이하 담임까지 반장을 야단치며 퇴학시킨 꼴입니다. 다친 아이들에게는 부모님께 말씀드려, 너희들끼리 법대로 고소, 고발하라고 만드는 것입니다. 놀러 갔던 교사가 교감이 교장이 책임져야 될 일입니다.
한마디만 더 드립니다. 더 이상 자리에 연연하지 마시고 정무적이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나시길 명령합니다.
조수진 위원님. 지난 1차 청문회 때 제가 거의 빌다시피 하면서 시신 수습에 대해서 조사해 달라 고 했죠? 그래서 의문점 제시하셨죠? 신원 조회 12시간 걸린 것과 아이들이 왜 나체로 부모에게 인계되었는지 알고 싶다고.
그럼 보건복지부나 소방, 경찰에 자료 요청하셨어요? 자료 받으셨나요? 우리한테 뭘 해 줄 것처럼 하더니 아무것도 안 했죠? 네 편, 내 편 갈라치기하는, 우리 보고 갈라치기하더니 이제는 제일 간절하게 질문했던 것까지 가지고 우롱을 하세요?
우상호 위원님, 이 나라의 국민이 누구죠? 주인이 누구죠? 국민이죠? 주인 말 안 듣는 머슴 필요없습니다. 그 자리에서 내려오세요. 그리고 우상호 위원님, 저희가 한 질문에 대한 자료를 저희는 받아보기를 바랍니다.다시 한번 요청해 주십시오. 저희가 반드시 알아야겠습니다.
[이상현 기자(shyun@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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