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세계사 변곡점에 선 한국경제
최근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종전 3.0%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충격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경기침체 경고음을 높이고 있고 중국발 리스크를 최대 복병으로 꼽고 있다. 중국 경제 둔화는 부동산 부실, 국가 부채 급등, 고령화 같은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만큼 고성장 시대로의 회귀는 불가능해 보이고 향후 10년간 연평균 3%대 성장에 그치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저성장 구도 고착화로 중국의 세계 성장 기여도는 과거 40% 수준에서 20%대로 떨어질 전망이고 급작스러운 제로-코로나 정책 파기 여파로 번진 재확산 불길과 변이 가능성은 지경학(Geoeconomics)적 불확실성을 키운다. 3년 전 터진 코로나 사태가 국제질서 재편의 게임체인저가 되리라는 예측이 실현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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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4월 최대인구국 인도로 바뀔 것
중국 성장세 둔화는 한국에 큰 부담
‘영구적 위기’ 경고 나오는 지금이
경제 체질 개선과 체력강화의 적기
」
G2 패권 갈등의 최대 수혜국은 인도다. IMF에 따르면 현재 세계 7위인 인도 국내총생산(GDP)은 2027년 영국·독일·일본을 차례로 제치고 세계 3위에 오를 전망이다. 인도는 올해 글로벌 경기침체 와중에도 지난해에 이어 주요국 중 가장 높은 6%대 경제성장률 예측이 나오면서 4%대의 중국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 최대 투자사 블랙록은 2023년을 새로운 국제질서가 가시화하는 해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성장세 둔화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다. 무역수지는 9개월째 적자 행진 중이고 대중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7%나 줄어들어 국내 제조업 경기 지표는 악화일로다. 올해도 대중국 수출은 10% 정도 떨어질 전망이 우세하다. ‘포스트 차이나’ 인도와 지난해 한국의 최대 무역 흑자국으로 떠오른 베트남을 위시한 아세안 그리고 중동 등으로 대외 통상과 투자의 다변화를 통한 경제 영토 확장에 더 속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다.
세계질서 전환기의 국가 흥망은 외교력과 경제력에 달렸다. “미국과 너무 가까워지면 공산당을 잃고 중국과 너무 가까워지면 나라를 잃는다.” 오래전 필자가 세계은행 재임 시절 베트남 출장 중 만난 현지 고위 당국자의 말이다. 글로벌 체제변화 시기의 생존전략은 ‘중심 잘 잡고 힘 키우는 것’이라는 의미였다. 현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 노력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 참여는 확대되어야 한다.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 이분법적 전략이 통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다만 중국에 대한 과대평가가 문제이듯, 성급한 과소평가는 금물이고 중국의 고성장 시대가 지났더라도 잠재력을 간과해선 안 된다. 우리는 무엇보다 대외 환경변화에 당당히 대처해 나갈 경제·안보 역량을 키워야 한다.
장기 불황을 뜻하는 ‘영구적 위기(Permacrisis)’ 경고까지 나오는 지금이야말로 경제 체질 개선과 체력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통화 확장 여지가 별로 없는 현 상황에서는 민간 투자 활성화를 촉진할 노동 개혁과 규제 혁파 등 인플레를 자극하지 않는 정책 대안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은 잠재성장률 회복을 위해 시급한 과제이고 과감한 개혁 실천은 국익을 앞세우는 생산적 정치풍토와 성숙한 시민의식에 달렸다. 글로벌 역학 구도 변화 속에 살길은 국가 경쟁력 강화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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