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전투기 몰고 귀순…70년전의 ‘자유 비행’

장세정 2023. 1. 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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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독재자와 전투기 조종사
위대한 독재자와 전투기 조종사
블레인 하든 지음
홍희범 옮김
마르코폴로

지금 시대를 사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북한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이웅평(1954~2002)을 기억할 것이다. 1983년 2월 25일 당시 북한 공군 상위(대위)였던 그는 미그-19 전투기를 몰고 월남했고, 이후 대한민국 공군에서 대령으로 예편했다.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이 책은 1953년 9월 21일, 그러니까 이웅평보다 꼭 30년 먼저 당시 최신 기종이던 미그-15 전투기를 몰고 귀순한 북한 조종사 노금석의 스토리다. 6·25전쟁을 끝낸 1953년 7월 27일의 휴전협정이 체결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벌어진 망명 사건의 파문은 컸다.

저자는 당시 북한의 최연소 엘리트 조종사였던 노금석이 평양 순안 비행장이 아니라 한국 김포 비행장으로 기수를 돌리던 그 순간에 김일성의 모습을 교차 서술하면서 극적 효과를 배가했다. 예컨대 노금석이 김포 비행장에 착륙하던 바로 그 시간에 김일성은 전날 소련 지도부로부터 전후 대북 지원을 약속받고 흡족한 상태에서 곯아떨어져 있었다. 김일성은 다음날 충격적인 조종사 망명을 보고받고 대로했고, 지휘계통에 있던 5명을 군사재판에 회부해 처형했다.

횡재하듯 소련의 최신 전투기를 입수한 미국은 노금석에게 포상금으로 10만 달러(현재 가치 약 100만 달러)를 지급했다. 노금석은 먼저 월남한 어머니 고정월 여사와 함께 냉전이 한창이던 1956년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권유로 특별 시민권을 받고 미국으로 귀화했다. 1932년생인 노금석은 일본강점기에 ‘오카무라 교시’였고, 미국에선 ‘케네스 로우’로 불리다 지난해 성탄절 다음날 숨을 거뒀다.

북한에서 훈장까지 받은 6·25전쟁 참전용사였으나 어머니와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은 그의 인생 자체가 드라마다. 이 책은 자유를 찾은 뒤 완전히 달라진 노금석의 삶과 수십년간 전혀 달라지 않은 김씨 왕조 3대 세습체제의 북한을 극명하게 대비해 그렸다. 뉴욕타임스는 이 책에 대해 “매혹적이다”라며 극찬했다.

2015년에 나온 영어판은 아마존 선정 베스트셀러였는데 7년 만에 뒤늦게 한국어판이 나왔다. 저자 블레인 하든은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동북아 특파원을 지낸 언론인이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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