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 ‘세균’이 ‘혈관으로?…치매·심혈관질환 위험↑

임태균 2023. 1. 14.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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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 ‘양치질’ 필수…잇몸병 생기면 ‘만성염증수치’ 증가
이미지투데이

이를 닦지 않고 잠을 자면 충치와 치주질환(잇몸병) 같은 치아 문제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그러나 무심코 건너뛴 ‘양치질’이 심혈관질환(CVD)과 치매의 위험요인이라는 점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건너뛴 양치질이 심혈관질환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치주질환이 심혈관질환 유발=흔히 ‘잇몸병’으로 알려진 치주질환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높이는 주요 위험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캐나다 토론토대 의대 연구팀이 2018년부터 보고된 85개의 연구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구강건강지수가 낮은 하위 75% 그룹은 상위 25% 대비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약 3.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결과도 이와 비슷하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치주질환과 심혈관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국민건강검진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구강건강검진 프로그램을 받았고 심혈관질환 병력이 없는 40세 이상 건강한 성인 24만7696명에 대한 추적연구를 실시했다. 평균 추적기간은 9.5년이다.

그 결과 심장마비‧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을 포함한 1만4893건의 주요 심혈관질환이 발생했고, 치주질환이 있거나 충치가 많거나 치아손실이 많을수록 심혈관질환 위험성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하루에 한번 더 양치질을 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9% 낮아졌고, 정기적인 치과방문(1년에 1회 이상)도 심혈관질환 위험을 약 14% 감소시켰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유럽심장학회지’에 게재됐다.

박신영 서울대 치의학대학원 교수는 “양치질 직후부터 세균은 치아에 부착해 놀라운 번식력으로 금방 수천‧수만 마리가 집락하는 세균막(biofilm)을 형성해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며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이유는 구강 내 만성염증이 전신염증을 유발시켜 혈관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면역 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자기혈관을 공격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사진제공=Bin im Garten

◆혈관으로 직접 침투=구강 내 세균과 박테리아가 직접 혈관 속으로 들어가 온몸을 돌며 염증과 질환을 유발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치주과 교수는 “잇몸 주변 세균과 세균 찌꺼기는 잇몸을 타고 혈관 안으로 침투해 직간접적으로 전신염증을 일으킨다”며 “구강에 서식하는 세균이 혈관의 죽상경화반이나 심장판막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구강 세균이 혈관을 타고 다른 기관으로 이동한다는 가능성을 뒷받침해준다”고 말했다.

혈관의 죽상경화반은 관상동맥 내벽에 기름 찌꺼기(플라크)가 뭉친 것을 뜻한다.

어떤 이유로 죽상경화반이 터지면 혈전이 생기고 혈전덩어리가 혈관을 막으면 급성 심근경색으로 심장마비나 뇌졸중, 혈관성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 죽상경화반이 터지는 이유는 가벼운 타박상일 수도 있고, 노화나 그저 운이 나빠서일 수도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이미지투데이

◆구강건강을 지키는 법=충치와 잇몸병 같은 치주질환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거나 곪는 증상, 치아가 시리고 흔들리는 증상 등이 나타나 치과를 찾으면 이미 치료시기를 놓쳐 치아를 뽑아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치주질환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구강건강을 위한 양치질‧치실‧스케일링 등 기본적인 예방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뿐이다.

다음은 질병관리청 가이드라인에 따른 올바른 양치법이다.

1. 칫솔은 치아와 잇몸 사이에 45도 각도를 유지하고, 원을 그리듯 부드럽게 칫솔 끝을 사용해 앞니와 어금니를 비롯한 치아의 바깥 면을 닦을 것
2. 칫솔을 수직으로 세우고 부드럽게 위아래로 움직여 앞니와 어금니의 안쪽 면을 닦을 것
3. 치약 거품을 뱉어낼 것
4. 칫솔 끝을 사용해 다시 치 전체를 닦아낼 것
5. 혀를 닦은 후 입을 물로 1분가량 헹궈내고, 입을 크게 벌린 후 깊은 심호흡을 2~3회 반복할 것

양치질을 할 때는 부드러운 칫솔을 사용하면 좋다. 3~4개월이 지나거나 솔이 닳아 마모됐을 때는 꼭 칫솔을 교체한다. 가능한 치실 사용을 병행하고, 1년에 2번 정도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하고 스케일링을 받는 게 좋다.

임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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