댕댕이 보험료 비싸고 원하는 상품 없어, 고민하는 펫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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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팸족 1500만 시대 ‘펫보험’ 걸음마
#반려견 ‘땡칠이’ 엄마 김민형 씨(39)는 최근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렸다. 땡칠이의 오른쪽 뒷발 발가락에 혹이 생겨 심하면 발가락을 절단해야 했다. 땡칠이는 로트바일러종으로 중대형견에 속한다. 50㎏나 나가다보니 한 번 병원에 가면 진료비 5만~10만원은 기본이다. 다행히 혹 제거 수술만 진행해 총 177만원이 나왔다. 200만원 가까이 빠져 나갔지만 김씨는 크게 부담되진 않았다. 2년 전 가입해 둔 펫보험 청구로 128만원을 돌려 받았다. 약 50만원에 수술을 한 셈이다.
#코리안 숏 헤어 종인 반려묘 ‘흑동이’의 냥집사 조모씨(27)도 펫보험 덕을 봤다. 아직 3세인 흑동이가 최근 자주 묽은 변을 보이길래 병원에 갔더니 ‘만성설사’ 진단을 받았다. 진료비, 치료비를 합쳐 총 4만원이 나왔는데 보험 청구를 통해 2만1000원을 받았다. 이전부터 펫보험에 관심이 많았던 조모씨는 반려동물 박람회 등을 다니며 알아봤지만 상품별 큰 차이가 없었다. 그나마 고양이에게 잦은 신장 질환을 보장해주는 상품으로 지난해 4월 가입했다.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 5년 뒤엔 6조
국내 댕댕이와 냥냥이는 약 800만 마리다. 반려견은 585만 마리, 반려묘는 211만 마리로 집사들이 이들에게 들이는 양육비만 월 평균 12만원 정도다. 이중 치료비는 4만2500원이니, 연간 평균 51만원이 병원비로 빠져 나간다. 반려동물 1회 진료비 지출 분포(2021년 기준)만 봐도 5만~10만원(41.6%)이 절반을 차지했고, 다음이 10만원 이상(33%)인 것으로 한국소비자연맹은 분석했다. 실제 반려동물 양육자의 80%는 ‘동물병원 진료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바 있다.
최근 펫보험에 관심이 더 몰린 건 지난해 ‘토리아빠’ 윤석열 대통령이 ‘맞춤형 펫보험 활성화’를 국정과제 중 하나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등록제’와 ‘간편한 보험금 청구’를 통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그간 수익성 문제 등으로 진출을 꺼렸던 보험업계도 지난해 7월부터 다양한 펫보험 상품을 선보였다. 하지만 전체 반려가구 수 대비 가입률은 아직은 저조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펫보험 가입률은 0.8%로 1%에도 못 미친다.
반려동물 보험 가입 기피 이유로는 ‘비싼 보험료’가 꼽힌다. 농림식품부 설문조사에 따르면 ‘보험료가 부담돼서’(22.3%), ‘원하는 보험상품이 없어서’(8.8%)가 기피 이유로 조사됐다. 반려견 패리스의 엄마 정모씨(61)씨는 “곧 8살이 되는데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비싸져 (상품을) 갈아타야 하나 생각했다”며 “뛰어다니는 걸 좋아하는 애인데 웰시코기 종이라 다리가 짧다보니 관절염이 자주 발생한다. 이 질환을 보장해주는 게 현 가입상품이 거의 유일해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한정된 보장 질환, 상품 설명도 어려워
정모씨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처음엔 5만1620원였지만 갱신 후 7만700원으로 불었다. 10여년간 펫보험 분야에 몸담고 있는 심준원 펫핀스 대표는 “건강보험으로 치면 월 300만원 받는 직장인 기준 7%인 21만원이 매달 빠져나가면 회사 부담분을 합쳐 1년 450만원을 넘는데, 반려동물보험은 1년 50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비싼 수준은 아니다”라며 “펫팸족 시대 인식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보험상품이 보장하는 질환이 한정돼 있거나, 상품설명을 봐도 가입자들이 분간하기 어려운 것은 가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또다른 이유다. 정모씨는 “관절 질환은 가입 후 1년 뒤 보장받을 수 있는데 우리 아이가 나이도 많다보니 타상품으로 갈아타기도 애매하다”고 말했다. 반려묘 ‘흑동이’ 집사 조모씨는 “처음 가입할 때부터 어떤 질환이 적용되는 건지 세부적 설명이 부족해 아쉬웠다. 아직 보험이 존재하는 데 의의를 두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국 표준 진료체계를 정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건강보험에 적용하는 질병코드처럼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단 얘기다. 가령 ‘슬개골’은 보통 무릎뼈로 생각하는데 수의사마다 정의하는 범위가 다 달라 진료비도 천차만별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표준 체계가 없어 보험금 정산에 어려움이 따르다보니 손해율이 부담된다”며 “최근 진행 중이지만 추진 속도가 더딘 걸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표준진료체계 정립은 2024년쯤을 목표로 진행 중에 있다. 진료비를 일률적으로 정하는 ‘표준 수가제’가 대안으로 거론되긴 하지만 사실상 유럽연합(EU)에선 자율경쟁 방해라는 사법부 판단 하에 폐지됐을 뿐더러, 표준 진료체계가 없으면 진료항목별 수가 책정 자체가 불가하다. 그나마 진료비 수준을 미리 가늠할 수 있게끔 지난 5일부터 전국 동물병원에 ‘진료비 공시’를 의무화했지만 진료비 표준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진료비를 공시해도 표준진료체계 정립이 돼야 비교가 가능하다”며 “수의사법 개정 등을 통해 청구서 표준화와 진료기록부 발급 등을 의무화 하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펫보험 시장 1위 보험사 애니콤의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현지 6000여곳의 동물병원과 제휴를 맺고 자체개발한 동물병원용 전자차트시스템을 통해 동일한 진료코드를 사용하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론되는 게 ‘반려동물 등록제’다. 반려동물이 명확히 식별되지 않는 허점을 이용해 여러 보험금을 타내는 도덕적 해이를 등록제로 방지한다는 건데, 보험시장 활성화 측면에서 중요한 장치다. 심 대표는 “독일 배상책임제처럼 모든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일괄 등록과 배상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를 고려해볼 수 있다”며 “등록은 국제 표준화에 맞춰 내장칩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펫보험 신상품, 가입연령 높이고 장기보험형 확대
뒤이어 삼성화재가 ‘위풍댕댕’ 상품을 내놨는데 출시 3일만에 판매량 1300건을 넘어섰다. 수술비 담보를 하루 기준 최대 250만원 한도로 연 2회까지 보장해 고비용 수술 부담을 줄였다. 현대손해배상도 ‘건강한 펫케어보험’을 출시하며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1일 치료비 보상한도(15만원→30만원)를 확대하고 슬관절 탈구, 피부질환 등 다발성질환을 보장한 게 특징이다. DB손해보험도 올해 상반기 신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상품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가입연령을 높이고 장기보험형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반려동물의 고령화를 반영한 것이다. 안병길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9세 이상의 반려견은 41% 정도다. 10~14세 때 평균 치료비가 94만1000원대로 가장 크게 증가하는 걸 감안하면 보험의 필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심준원 대표는 “펫보험 트렌드는 장기보험형 위주, 대면채널을 통한 판매로 바뀌고 있다”며 “이는 2000년 처음 펫보험 출시 후 최근에서야 시장 파악이 완료됐다는 의미로, 이제 본격 경쟁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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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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