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나경원을 어쩌나?'...대통령실·국민의힘 '부글부글'
"내가 바로 '윤심'" 김기현 캠프 개소식 '인산인해'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나경원 전 의원이 3·8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중 1위를 달리는 나 전 의원이 출마로 가닥을 잡은 듯한 발언을 하자, 대통령실과 친윤계는 전방위 공세를 펼쳤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을 두고 나 전 의원과 대통령실이 진실 공방을 펼치기도 했다. 침묵하던 윤석열 대통령은 사흘 만에 '사의 수용'이 아니라 '해임'으로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윤심'을 앞세운 김기현 의원은 선거캠프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개소식엔 이례적으로 300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세를 과시했다. 특히 보수 정치권의 숨은 실세로 알려진 이영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선 수도권 후보인 안철수·윤상현 의원이 '수도권 대표론'을 앞세우면서, 울산이 지역구인 김 의원을 '협공'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했다. 현장엔 이 대표 지지자와 친명계 의원이 대거 집결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12일 3차 청문회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대통령실, '나경원 사의'에 부글부글…실질적 '당무 개입'?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면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의 유력한 당 대표 후보로 꼽히는 나경원 전 의원의 거취를 두고 대통령실과 나 전 의원의 묘한 신경전이 계속됐어.
-맞아. 지난 6일 나 전 의원이 KBC광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해 "마음을 굳혀 가고 있다"고 언급한 직후 이례적인 상황이 지속됐어. 당일 오후 언론에 잘 나서지 않는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공식 브리핑을 열고 전날(5일)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장관급)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공개 저격했어.
-장관급보다 급이 낮은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집권 여당의 4선 중진에 원내대표까지 지낸 장관급 인사인 나 전 의원을 공개적으로 면박을 준 셈이야. 비상임 부위원장이었던 나 전 의원은 소관 업무인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가, 공개적으로 대통령실의 질책을 받으면서 부위원장으로서의 권위를 잃게 됐지. 이에 그는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라면서도 "돈을 준다고 출산을 결심하지는 않으나,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 재정투입 부담도 크나, 그 불가피성도 뚜렷한 것이 사실이기에 더욱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더욱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굽히지 않았어.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꼬집기도 했지.
-대통령실은 매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다음 날(9일) <더팩트>에 "대단히 실망스럽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서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나 부위원장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라며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강행한 것은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이며,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이라고 질타했어. 또한 나 부위원장에 대한 '해촉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어.
-그다음 날(10일) 나 전 의원은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문자로 사의 표명했는데, 대통령실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는 묘한 상황도 펼쳐졌어. 이후 나 전 의원이 사의를 표명한 사실이 분명해지자, 대통령실은 사직서 제출 등 행정적 절차가 진행되지 않아서 "밝힐 입장이 없다"고 말을 바꿨어. 그러자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갈등, 충돌하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바란다" 등의 메시지를 내는 한편 13일 '사직서'를 공식 제출했어.
-그러면서 그는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라며 '윤심'을 파는 친윤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지.
-나 부위원장이 사직서까지 제출한 만큼 대통령실은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밝혀야 할 텐데, 기자의 관련 질의에 13일 오후까지 답하지 않았어. 그러다가 이날 오후 5시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오늘 나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과 기후환경 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어. 저출산 대책으로 대통령실의 질타를 받아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에 사의를 표했더니, 사의를 표하지 않았던 기후환경 대사직까지 묶어서 해임 처리를 한 거야.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의 해임으로 공석이 된 자리에 신임 인사를 곧바로 내정하기도 했어.
-나 전 의원을 향한 최근 대통령실과 윤 대통령의 대응을 보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노골적으로 개입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여.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심' 1위를 달리던 유승민 전 의원은 당내 친윤계가 앞장서 '당심 100%' 룰 개정으로 당선 가능성을 낮추고, '당심 1위' 후보인 나 전 의원을 향해선 여러 경로를 통한 압박으로 '윤심'은 그쪽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지.
-결국 대통령실과 친윤계가 민심 1위와 당심 1위 후보를 주저앉히고 '윤심' 후보를 당 대표로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정치권에 파다해. 심지어 국민의힘 일각에서도 "대통령실의 당무 개입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윤 대통령은 앞서 여러 차례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이제 이 말을 믿는 정치권 인사는 거의 없을 것 같아.
-그런데 사실상 출마 수순을 밟고 있는 나 전 의원이 실제로 출마하면 판세는 어떻게 바뀔까?
-윤 대통령과 당내 친윤계와 현실적으로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겠지만, 최근 나 전 의원의 메시지를 종합해 보면 '진짜 윤 대통령의 성공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내년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이 당 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도 구애의 손길을 계속 보낼 것으로 보여. 여기에 나 전 의원에 대한 동정론까지 더해져 범친윤 표심의 분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아.
-비윤의 구심점인 유승민 전 의원은 나올까?
-속내가 복잡할 것 같아. 우선 나 전 의원이 출마하면 출마가 어렵지 않겠냐는 시선이 있어. 유 전 의원을 지지하던 비윤 표심이 현실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있는 나 전 의원에게로 갈 수 있다는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나오는 말이야. 어쨌든 나 전 의원의 출마는 '윤심' 후보 우세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던 전당대회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여.
◆'윤심' 앞세운 김기현, 세 과시하며 캠프 개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심' 후보로 널릴 알려진 김기현 의원은 선거캠프를 열었지?
-지난 9일 국회 앞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이기는 캠프 5560' 개소식을 열었어. 숫자는 당 지지율 55%, 윤석열 정부 지지율 60%를 뜻한다고 해. 이날 캠프는 시작 전부터 전·현직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지지자, 취재진이 몰려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어. 추산 인원만 3000여 명에 달했지. 현장에 있던 한 기자는 "전당대회도 아니고 캠프 개소식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건 처음 본다"며 놀라워하더라고.
-김 의원은 캠프로 들어가기 전 건물 입구에 설치된 북을 힘차게 쳤는데, 북은 지난해 2월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충남 유세에서 사용했던 거라고 해. 지지자들은 '김기현'을 연호했고, 김 의원은 환한 웃음과 함께 주먹을 불끈 쥐었어. 마치 '윤심은 나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같더라고.
-실제로 '친윤계'(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던데?
-맞아. 친윤계 공부모임 '국민공감' 간사를 맡고 있는 이철규, 박수영, 배현진 의원부터 박대출, 조해진, 한무경, 김학용, 태영호, 노용호, 윤주경, 양금희, 이종성, 박덕흠, 이종배, 정우택 의원 등이 개소식을 찾았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전주혜, 김상훈 의원 등도 보였지. 최근 '친이준석계' 허은아 의원을 밀어내고, 서울 동대문을 당원협의회 조직위원장으로 임명된 김경진 전 의원도 눈길을 끌었어.
-개소식이 열렸던 캠프는 64평 정도였는데 현장을 찾은 사람이 워낙 많았던 탓에 출입이 제한됐어. 현역 의원들도 예외는 없었지. 태영호 의원은 캠프 안으로 겨우 들어갔지만 자리가 없어 서 있었고, 노용호 의원은 한참 동안 입구 앞에 서 있었어. 몇몇 지지자들은 캠프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지. 고성이 오간 적도 있었는데 다행히 큰 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았어
-현직 의원들만큼이나 주목받았던 인물도 있었다면서?
-이영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새미준) 회장이 그랬지. 이 회장은 보수 정치권의 '숨은 실세'로 알려져 있어. 이 회장은 전국 조직 운영 능력이 탁월한 인물로 전해지는데 주로 선거가 있을 때마다 외곽에서 활약한다고 해. 그래서인지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김 의원 캠프 개소식 참석을 '당심 지원 사격'으로도 해석하더라고.
-이 회장은 캠프 행사가 거의 끝날 때쯤 자리를 빠져나왔는데,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음에도 그를 알아본 사람은 정말 많았어. 건물 밖에 있던 지지자들은 이 회장이 나오자 '회장님'을 연호했고, 이 회장은 엄지를 세워 화답했지. 이 회장은 지난달 14일 새미준 발대식에도 참석했는데 김기현, 권성동, 안철수, 윤상현, 이철규, 나경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수십 명이 함께했다고 해.
◆'안윤연대' 안철수·윤상현, 경기에서 김기현 '협공'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가열되는 상황에서 10일 국민의힘 경기도당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도 눈길을 끌었어.
-아무래도 수도권은 내년 총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지역이잖아. 당권주자들이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지. '윤심' 주자임을 강조하는 김기현 의원과 안철수·윤상현·조경태 의원,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집결했어. 당 지도부에서는 주호영 원내대표가 참석했어.
-신년 인사회 분위기는 어땠어?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했어. 주 원내대표는 20분 정도의 특강을 준비해 왔다고 해. 그런데 150여 명의 당원들은 물론 내빈들도 서 있었어. 따로 좌석이 마련되지 않았거든. 물론 의자가 행사장 뒤편에 있어서 앉을 수도 있었어. 연단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주 원내대표는 "(여러분들을) 20분 (동안) 세워놓으면 벌주실 것 같다"며 짧게 특강을 마치겠다고 했어. 당권주자들과 당원들은 손뼉을 치며 박장대소했어. 주 원내대표의 재치가 돋보였지.
-당권주자들끼리 신경전은 없었어?
-왜 없었겠어(웃음). 김 의원은 '윤심'을 겨냥했어. 그는 "우리가 배출한 멋진 대통령을 최대한 활용하고 손잡고 같이 호흡을 맞춰가야 한다"며 "대통령과 당이 따로 놀면 큰일이 난다. 집안을 생각해 보더라도 부부가 뜻이 맞아야 일이 된다"고 말했어. '부부'라는 표현이 눈길을 끌지?(웃음)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안철수(성남분당갑)·윤상현(인천동구미추홀을) 의원은 울산 출신 김 의원을 겨냥해 '협공'했어. 이른바 '수도권 대표론'을 꺼내 들었지. 안 의원은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는 준비를 해야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고, 윤 의원은 당원들을 향해 "수도권 전사들을 전략적으로 선택해 달라"고 호소했어.
-각 당권주자들의 지지자들이 열띤 응원을 벌였다면서?
-응. 신년 인사회 행사가 시작하기 전 경기도당 입구에 안 의원과 황 전 대표의 지지자들이 열띤 응원전을 벌였어. 많은 인원은 아니었지만, 응원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분위기를 달궜어. 소수정예부대 같은 느낌이었어(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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