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 빼는 빌라왕들…배후는 잡히기 전 증거 없앴다
[앵커]
빌라 수백 채를 사들였다가 2021년 돌연 숨진 '빌라왕' 정 모 씨의 배후 신 모 씨가 어젯밤 구속됐습니다.
신 씨에게 명의를 빌려준 빌라왕은 최소 7명이었는데요.
신 씨는 구속되고 빌라왕들은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발을 빼는 상황이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 확산이 우려됩니다.
배후 신 씨는 빌라왕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온 자료를 최근 급히 없앤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우한울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강서구의 이 빌라는 2020년, 16세대 전체를 한 부부가 나눠 사들였습니다.
신 씨가 거느린 빌라왕 7명에 포함된 인물입니다.
이 부부는 지난해 말 돌연 연락을 끊었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들에게 낯선 인물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김수창/피해 세입자 : "전세 만기 다음 날인가 돼서, '(보증금을) 최대한 빼 드리려고 했는데 빼 드리지 못하게 됐다. 죄송하다. 보증보험 통해서 받으셔야 할 것 같다'라는 식으로 문자가 왔어요."]
배후 신 씨가 고용한 직원이었습니다.
이때까지도 세입자들은 집주인의 배후에 신 씨와 사기 조직이 있다는 걸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김수창/피해 세입자 : "(멀쩡히 있던 집주인 대신해서 '내가 대리인입니다'라고 연락이 왔어요?) 그냥 그거를 도와주는 사람이구나 정도로만 생각을 하고 큰 의심의 여지는 안 가졌던 것 같아요."]
신 씨 일당이 본격적으로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이기 시작한 시기는 2020년쯤입니다.
대부분 임대차 계약이 최근 끝났거나 이제 곧 기한이 닥치게 됩니다.
신 씨와 관련해 현재까지 당국이 파악한 피해 규모는 지난달 구속된 빌라왕 김 모 씨 소유의 130여 채, 보증금 380억여 원뿐입니다.
나머지 6명 소유 빌라가 대략 8백 채가 넘는데 피해액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빌라왕' 보유 빌라 세입자 : "'어 이거 내가 계약한 거랑 딱 똑같은 수법인데?'라는 생각은 했는데 만약에 이게 피해로 되면 이제 스스로 어떻게 하면 피해를 안 볼 수 있는지 이제 알아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고..."]
배후 신 씨가 구속되고 서류상 집주인인 빌라왕들은 발을 빼면서 해당 빌라들은 이제 막 터지기 시작하는 시한폭탄이 됐습니다.
취재 결과 신 씨는 온라인 공유 저장 공간에 빌라왕 별로 부동산 보유 목록을 정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 왔습니다.
KBS 보도로 실체가 드러나고 경찰 수사망이 좁혀지자 이달 초 모든 기록을 지우고 추적을 피하려 했습니다.
신 씨를 구속한 경찰은 다른 범행이나 공모자가 더 있는지 수사를 확대할 방침입니다.
[공형진/변호사 : "(전세사기 사건은) 끝까지 추적해야지만 결국에 형사적으로 입증을 해서 이제 기소를 할 수 있는 사안이고..."]
경찰은 또 전세 사기 피해가 계속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전세 사기 TF' 수사 기간을 석 달 이상 늘리기로 했습니다.
KBS 뉴스 우한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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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울 기자 (wh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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