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늘봄학교 다닐 수 있을까

김유나 2023. 1. 13.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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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아이를 낳고 가진 첫 '공식 외출' 목적지는 주민센터였다.

결국 초등학교를 고르는 1순위도 '방과 후 돌봄 여건이 좋은 곳'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원하는 모든 아이에게 돌봄을 제공한다'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은 반가운 소식이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정규수업 전후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맡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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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아이를 낳고 가진 첫 ‘공식 외출’ 목적지는 주민센터였다. ‘햇빛 윤(昀)’, ‘따뜻하게 할 후(煦)’.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햇빛 같은 아이가 되기를 바라는 이름으로 출생신고를 한 뒤 곧장 한 일은 어린이집 대기신청이었다. 아이는 15개월쯤 어린이집에 보낼 생각이었지만, ‘대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육아선배’들의 조언에 신청을 서둘렀다. 집 근처 어린이집은 이미 임신 기간에 파악한 상태였다.

발 빠른 신청 덕에 아이는 복직에 맞춰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었다. 4살이 넘자 5살부터 다닐 기관을 알아봤고, 지난해 파견근무를 지원해 온 가족이 세종시까지 내려왔다. 아는 사람 한명 없던 세종에 온 이유는 하나였다. 출퇴근 시간이 짧고, 어린이집·학원 연계가 잘 돼 돌봄이 수월하다는 것. 
김유나 사회부 기자 
이렇듯 돌이켜보면 육아는 내내 ‘돌봄’과의 전쟁이었던 것 같다. 돌봄이 해결되지 않으면 모든 생활이 무너진다. 아이를 기르는 가정에 돌봄은 ‘생존’의 문제인 셈이다. 올해 아이가 6살이 되니 슬슬 학교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점심때쯤 아이가 하교한다는 초등학교는 맞벌이 가정에 ‘공포’로 다가온다. 주변 맞벌이가정 중에는 아껴둔 육아휴직을 아이 입학에 맞춰 쓰거나, 아예 일을 그만두는 이들도 많았다. 결국 초등학교를 고르는 1순위도 ‘방과 후 돌봄 여건이 좋은 곳’일 수밖에 없었다. 학원연계가 잘 되거나. 

이런 상황에서 ‘원하는 모든 아이에게 돌봄을 제공한다’는 교육부의 ‘늘봄학교’ 정책은 반가운 소식이다. 늘봄학교가 도입되면 정규수업 전후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오후 8시까지 학교에 맡길 수도 있다. 갑자기 야근 등 일정이 잡힐 땐 일시돌봄도 가능하다. 오후 8시까지 아이를 맡길 부모는 많지 않겠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장치 같이 느껴졌다. 교육부는 올해 시범사업을 시작해 윤후가 입학하는 2025년 모든 학교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윤후는 늘봄학교 전면도입 첫해 혜택을 받는 어린이가 된다.

하지만 ‘달콤한’ 계획을 듣는 내내 의구심이 생겼다. 정말, 가능한 걸까. 종이 속 늘봄학교는 반짝반짝했지만, 학부모들에게 들은 현장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는 사촌 조카의 경우 지난해 돌봄교실을 이용했으나 올해엔 추첨에 떨어져 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돌봄은 원래 5시까지 이용할 수 있지만, 오후 4시가 되면 “다른 애들도 다 갔으니 빨리 데리러오라”는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실제 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방과 후 수업·돌봄 대기 인원은 연간 1만5000명에 달한다. 5시까지의 돌봄조차 제대로 안 되는 상황에서 당장 2년 뒤 모든 학교 여건이 좋아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는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올해 늘봄학교 시범학교는 200곳으로, 전체 초등학교(6100곳)의 3% 수준이다. 교육부 정책엔 시범학교 이야기만 담겼을 뿐, 나머지 97% 학교의 돌봄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시범학교가 아닌 지역 학부모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며 “기다려주시면 성공모델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대로 성공모델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숨 가쁜 전쟁을 겪는 상황에서 휘황찬란한 시범사업 얘기는 와 닿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성공모델이 있어도, 내 아이는 기본적인 돌봄조차 받을 수 없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획기적인 성공모델보다 안정적인 돌봄환경 구축을 바라는 이유다. 교육부가 시범사업에만 집중하지 말고, 97%의 돌봄 공백 해소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바란다. 2년 뒤, 돌봄 추첨 순서를 기다리며 마음 졸이고 싶지 않다.

김유나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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