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오혜성과 정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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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만화책 '슬램 덩크'가 원작자에 의해 극장판으로 만들어져서 개봉했다.
오혜성에 비해 '슬램 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그렇게 한이 맺히거나 비장미가 넘치는 인물이 아니다.
'슬램 덩크'에서 오혜성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인물은 정대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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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 덩크’가 인기를 끌기 전인 1980년대에도 스포츠는 만화의 인기 소재였다. 1970년대에는 축구와 권투, 그리고 1980년대에는 프로야구가 인기 있는 소재였다. 특히, 이현세 화백의 ‘공포의 외인구단’이 가장 유명한 작품인데 여기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불우한 환경에 처해 사회적으로 무시받다가 독기를 품고 지옥훈련을 거쳐서 프로야구판에 돌아온 오혜성이라는 인물이 가장 두드러진 캐릭터였다. 그래서 오혜성은 비장미가 있는 한이 맺힌 인물이었다. 특히, ‘공포의 외인구단’은 1980년대 중반에 가장 선도적이었던 이장호 감독이 ‘이장호의 외인구단’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했는데, 이 작품을 계기로 영화계는 그 전보다 더 본격적으로 유명 만화를 영화화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에 이어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만화를 각색한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
오혜성에 비해 ‘슬램 덩크’의 주인공 강백호는 그렇게 한이 맺히거나 비장미가 넘치는 인물이 아니다. 오히려 엉뚱하고 허술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많다. ‘슬램 덩크’에서 오혜성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인물은 정대만이다. 그는 뛰어난 재능을 가졌지만, 부상을 당해 농구를 할 수 없게 되자 불량 청소년이 되었다가 다시 마음을 잡고 농구계로 돌아온 인물이다. 방황하다가 다시 돌아와서 제자리를 찾는다는 점, 그리고 마초적인 남성들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정대만은 오혜성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그런 정대만은 만화에서든 극장판에서든 조연으로 등장한다. 한 맺힌 비장한 남성은 그렇게 서사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귀여운 남성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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