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고 싸우는 배터리 전쟁...중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Books]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전기차 배터리 전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국의 경쟁력의 비결은 뭘까. 이를 경쟁 기업들이 원가절감을 밀어붙이던 팬데믹 암흑기에도 생산량을 늘리고 미래에 투자를 하며 전기차에 대한 믿음을 지켜온 덕분인 것으로 분석하는 책이 나왔다.
세계적인 시장분석 기업 S&P글로벌의 배터리 분야 수석 애널리스트 루카스 베드나르스키의 첫 책이다. 런던에 거주하는 폴란드인으로 한국 기업의 과감한 투자로 유럽의 배터리 공장이 된 고국의 변화를 지켜보며 이 산업의 세계지도를 그릴 결심을 했다고 털어놓는다. 이미 업계 전문가들은 더이상 전기차가 내연차를 대체할 수 있는지 묻지 않는다. 대신 ‘언제냐’고 묻는다.
저자는 두 가지 맥락에서 배터리 산업을 조망한다. 첫째,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소재부터 배터리의 각종 부품과 장비까지 공급망을 해부하며 산업의 글로벌 가치 사슬을 풀어낸다.
출발점은 중국이다. 중국은 전기차 산업의 모든 가치 사슬을 자국에 내재화했다. 놀랍게도 1986년 3월 중국의 4명의 물리학자가 덩샤오핑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롯된 ‘863계획’이 시초다. 중국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제안한 7대 산업에 신소재와 에너지가 포함되면서 중국의 배터리 산업이 발아했다. 중국은 2010년대 온 나라가 거대한 실험실이 되어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전기차로 직진하는 드라이브를 걸었다. 저자는 중국 배터리산업 성장의 동력을 국가 경제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심각한 환경오염에 대처하고, 에너지 안보까지 강화해야하는 중국 정치인들의 딜레마에서 비롯됐다고 결론내린다.
둘째, ‘신에너지 경제’의 패권 경쟁의 밑그림을 그린다. 배터리 산업을 분석할수록 이 경쟁은 ‘G2 전쟁’으로 비약함을 알게 된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를 통과시켜 배터리 완제품은 물론, 부품과 원자재까지 미국 혹은 FTA를 맺은 나라에서 생산토록 강제했다.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일본과 EU가 받지 못하는 최혜국대우를 한국의 일부 기업이 받을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내심 웃을 수 있는 이유다. IRA로 인해 저자는 “미국에서 셰일 혁명에 비길 만한 배터리 혁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예견한다.
현재 시점에서 배터리 전쟁의 축은 한·중·일 삼국이다. 리튬은 팬데믹 전후 가격이 1000%가 뛰었다. 가격 폭등으로 리튬이 국유화되는 등 광물은 지정학적 쟁점이 됐다. 중국은 리튬 쟁탈전을 위해 서구의 광업 기업의 지분을 닥치는대로 사들이고 있다. 게다가 중국 최대 리?기업 톈치리튬, 간펑리튬은 국가적 이익에 복무한다. 반면 세계 최대 리튬기업 앨버말은 중국 기업과 달리 호주와 칠레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만족하며 투자자들에게 의무를 다하는 원칙을 지킨다. 국가자본주의가 이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이유다. 일본은 배터리 기술 종주국에서 지금은 후발주자가 되어 중국과의 리튬 쟁탈전에서 뒤지고 있다. 국가주도로 성장한 한국은 유럽을 파트너로 삼으면서 시장을 선점했지만, 중국의 도전은 거세다.
다음 경쟁종목은 공교롭게도 재활용 산업이다. 자원이 부족한 한국과 일본은 다행히 전자제품 강국이다. 막대하게 쏟아지는 전자기기 폐기물을 통해 광물 자원을 확보하는 재활용 산업의 성패는 폐배터리 확보와 추출한 금속의 가격에 달렸다. 두 나라의 지척에서 저효율 전기차를 양산해온 중국은 당장 2025년부터 폐배터리가 쓰나미처럼 배출된다. 이 산업에선 위험에 노출되는 인간의 노동력을 넘어 분류와 해체를 위한 똑똑한 인공지능과 로봇이 필요해진다. 배터리 산업이 진정한 21세기의 석유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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