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연준과 싸워야 할 때?…시장이 연내 금리 인하 믿는 이유[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이 예상했던 대로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자 미국 증시는 12일(현지시간) 상승했다.
S&P500지수는 0.3% 강보합 마감했고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는 0.6%씩 올랐다. 특히 나스닥지수는 5거래일째 랠리를 지속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전년비 상승률이 6.5%로 6개월째 둔화됐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지난 6일 발표된 지난해 12월 시간당 임금 인상률도 4%대로 떨어져 2021년 중반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인건비 상승 압력이 둔화되면서 제롬 파월 연준(연방준비제도) 의장이 물가지표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던 임대료를 제외한 서비스 물가도 지난해 12월까지 3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그러자 시장은 다시 연준의 연내 정책 피봇(pivot, 전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금리 선물시장은 또 연준이 올해 12월 안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60% 반영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2월 공개된 연준 인사들의 올해 최고 금리 전망치 중간값은 5.1%였다. 또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에서도 확인됐듯 연준 인사 가운데 올해 안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정상화되면 연준이 마음을 바꿔 올해 안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기대감은 2019년 경험에 근거하고 있다. 당시 연준은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지 7개월만에 금리를 내렸다. 올 3월에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7개월 뒤면 10월이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해 12월 FOMC 이후 "솔직히 시장이 왜 그렇게 인플레이션에 낙관적인지 모르겠다"며 "시장은 현재 완벽한 결말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또 "시장이 완벽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은 사치가 아닐까"라며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리스크들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도 올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하락할 것이란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시간당 임금 인상률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됐음에도 고용시장 강세로 인해 임금 인상률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이 결과 서비스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12일 "인플레이션은 다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고 그러면 연준은 거기에 대응해야 한다"며 "나는 이 가능성이 시장에 반영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미국 금리 전략팀장인 마크 카바나는 WSJ에 "시장은 연준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플레이션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글로벌 거시전략 팀장인 샘 린톤-브라운은 WSJ에 "시장은 연준이 경제지표에 의존적이고 그 경제지표들이 변동성이 클 때 연준이 제시하는 향후 가이던스(forward guidance)가 그리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것을 과거 경험을 통해 배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터가 보여주는 것이 전부"라며 특히 데이터가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연준의 목표치인 2%로 하락할 것이라고 시사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도 과거 종종 연준의 금리 전망이 갖는 한계를 강조했다. 그는 2019년에 "향후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례적으로 높을 때 나는 가장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에 근거해 연방기금 금리의 향후 적절한 경로를 적어본다"며 "하지만 가장 가능성 있는 일이 특히 잘 일어나는 일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금리 전망이 쉽게 오인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2%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히면 투자자들은 이를 정책 피봇 신호로 해석해 국채수익률은 하락하고 증시는 상승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상을 통해 대출 금리를 높이고 자산 가치를 떨어뜨려 수요 둔화를 유도하려던 연준의 정잭 목표에 자질이 생기게 된다.
브랜디와인 글로벌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잭 맥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인식되면 시장이 빠르게 오를 것이란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승리를 거뒀다고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실제보다 더 매파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도 연준의 이런 사정을 알기 때문에 연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일 수 있다.
결국 파월 의장도 그 때 그 때 나오는 데이터에 의존해 금리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시장이 연준의 말보다 데이터를 더 믿는 것이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음란마귀들이 너무 많아"…설현, 마지못해 지운 SNS 게시물은? - 머니투데이
- "母 떠난 후 모든 걸 포기"…중2 금쪽이, 은둔하는 이유 '충격' - 머니투데이
- "온몸 염증"·체중 108㎏, 강재준 상태 어떻기에…다이어트 선언 - 머니투데이
- 기안84, 전여친 이별문자 보고 '자책'… 내용 뭐길래 "잘했어야지" - 머니투데이
- 김종민 현금만 500억 보유?…"5개 있다, 50억은 아냐" - 머니투데이
- '미성년자 성폭행' 고영욱, 이상민 저격…"인간으로 도리 안해"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실종 지적장애 여성 "성폭행당해" 주장…중앙경찰학교 교수 입건 - 머니투데이
- "18살 첫 출산→아이 셋 아빠 다 달라"…11살 딸, 막내 육아 '충격' - 머니투데이
- "2회에만 만루포, 투런포 얻어맞아"…류중일호, 대만에 3-6 '충격패' - 머니투데이
- 고 송재림 괴롭힌 '악질 사생팬' 있었다…측근 사진 공개·비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