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이 줄초상인데…코로나 사망 ‘하루 1명’이라는 중국

최현준 2023. 1. 1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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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세계 대유행]주차장서 화장은 오보 가능성
5일 중국 베이징의 한 병원 응급병동 복도에서 환자들이 정맥주사를 맞고 있는 가운데 한 여성이 들것에 누워있는 연로한 친척을 돌보고 있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환자들은 들것에 누워있는가하면 산소를 흡입하거나 휠체어에 앉아있다. 최근 베이징에서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베이징 AP/연합뉴스

중국이 지난달 7일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사망자도 증가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한 달 새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40명에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중국 안팎에서 이를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국의 실제 코로나 사망자 규모는 어느 정도나 될까. 화장장이 꽉 차서 주차장에서 화장하는 사례가 있다는 보도는 사실일까.

최근 중국에서 사망자가 급증하는 것은 분명하다. 중국 랴오닝성에 사는 한 30대 중국인은 <한겨레>에 “최근 한 달 동안 할아버지와 남편의 친척 등 3명이 사망했다”며 “모두 70~80대 노인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중국인 관(39)씨의 경우, 지난달 초부터 중국에 사는 할머니와 부친, 장인, 삼촌, 지인 등 5명이 사망했다고 지난 12일 <미국의 소리> 중문판이 전했다. 이들도 대부분 60대 이상 노인들이었다. 사망자 5명 중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2명이었지만, 사망 진단서에 코로나가 사망 원인으로 적히지는 않았다.

통계는 다르다. 지난달 7일 이후 한 달 동안 중국에서 코로나로 사망한 경우는 공식 통계로 4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달 중순 이후 코로나 확진자를 집계하지 않는 중국은 코로나 사망자도 양성 판정을 받고 호흡 문제로 숨진 경우에만 적용하고 있다.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 사망자의 경우 코로나가 아닌 다른 질환으로 사망 원인이 분류된다. 화장장이 미어터질 정도로 사망자가 늘고 있지만, 국가 통계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

현실과 통계 간 괴리가 크다 보니, 외국 매체를 중심으로 중국 코로나 사망자에 대한 추산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지난달 중순에는 기자들이 직접 베이징 근교 화장장에 찾아가 화장 건수가 얼마나 늘었는지 취재해 보도했다. “평소 시신을 하루 30~40건 처리했는데, 요즘엔 하루 150건 이상 처리한다”는 베이징 화장장 직원의 발언도 전해졌다. 최근에는 미국의 한 위성 영상회사가 베이징과 난징 등 4개 도시의 화장장과 주변을 위성으로 찍은 사진이 사망자 증거의 근거로 제시된다.

지난 4일 중국 허베이성 탕산 한 장례식장의 모습(오른쪽)과 2020년 1월26일 같은 장례식장의 모습. 막사 테크놀로지

화장뿐만 아니라 매장도 늘고 있다. 중국은 법적으로 매장은 허용되지 않는데, 일부 유족들이 불법으로 시신을 매장하고 있다. 한 30대 중국인은 “친척이 사망했는데 화장까지 3~4일 걸린다고 해서 매장을 했다. 불법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당국도 규제를 세게 하는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일부 국내 매체와 서구권 매체는 주차장에서 화장하는 사례가 있다고 보도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주차장 화장’이라고 보도된 사례는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발생했는데, 국외 매체는 이를 ‘시신 화장’이라고 보도한 반면 중국 매체와 누리꾼들은 장례 이후 장례용품 등을 태우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해당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시신을 처리할 정도의 화력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보통 시신을 화장하기 위해서는 800~1000도까지 올라가는 전용 화장로에서 90~120분 정도 태워야 한다.

이달 초 중국 상하이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주민들이 장례용품을 태우는 것으로 추정되는 모습(왼쪽). 2021년 5월 인도의 공터에서 나무를 쌓아 시신을 화장하는 모습. 중국 웨이보 갈무리, UPI 연합뉴스

중국 매체가 ‘장례용품을 주택가에서 태워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고 비판한 사례를 국외 매체들이 시신을 화장하는 것으로 오해해 보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실제 사망 규모는 얼마나 될까. 거친 추산이지만 국외 기관들은 중국 내 코로나 사망자가 하루 1만~2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지난 11일 영국의 건강데이터 분석 회사 에어피니티는 중국에서 하루 337만명이 확진되고 사망자 수는 2만 명을 넘는다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이를 한국과 비교하면, 중국의 사망자 증가세는 코로나가 급증하던 시기 한국의 사망자 증가세와 비슷하거나 큰 수준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잠잠했던 지난해 중국의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2만7800명(연간 1014만명)이었고, 코로나가 급증한 최근 코로나로 인한 하루 사망 추산 인원은 1만~2만명이다. 지난해 하루 평균 사망자의 40~70% 정도가 코로나로 인해 추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얘기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해 1~4월 사망자 수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36% 증가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4월 사망자는 14만59명이었는데, 이는 코로나가 잠잠했던 2021년 1~4월 사망자(10만2652명)보다 3만7407명, 36.4% 늘어난 것이다. 공식 코로나 사망자 수는 이에 미치지 못하지만, 코로나의 직간접적 영향으로 인해 사망자가 전년보다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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