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 46명의 기록…‘52시간 상한’은 없었다
[앵커]
주 52시간제가 시행된 지 5년째로 접었들었지만 '과로 사회'란 오명 여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OECD 평균보다 연간 2백 시간을 더 일하는 게 현실인데요.
과로사가 인정된 노동자는 2021년 기준 289명으로, 같은 기간 화재로 숨진 사람 수보다도 더 많습니다.
과로로 숨진 노동자들은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었던 걸까요?
KBS가 이들의 재해조사서를 입수해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홍성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재작년 말, 한 식당 주방장이 일하다 쓰러져 숨졌습니다.
사인은 뇌출혈이었습니다.
업무상 과로 때문인지 근로복지공단이 파악한 재해조사서입니다.
발병 직전 7일간 일한 시간은 69시간, 12주 동안 휴일은 단 하루였습니다.
이처럼 뇌출혈, 심근경색 등으로 숨진 뒤 과로사로 인정된 노동자는 지난해 1분기에만 46명이었습니다.
이들의 재해조사서를 용혜인 의원실을 통해 입수해 전수 분석했습니다.
46명이 일한 곳, 도금 공장과 건설 현장, 아파트 경비실, 음식점, 돼지농장 등 다양했습니다.
그러나 공통점은 오래 일했다는 겁니다.
주 52시간 상한을 초과해 일한 노동자, 46명 중 30명이었습니다.
정부가 정한 '만성 과로' 기준인 4주 평균 64시간이나 12주 평균 60시간을 초과한 경우도 15명이나 됐습니다.
일시적으로 일감이 많았던 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업무량이 과도했다는 의미입니다.
일주일 60시간 넘게 일하면 심근경색 발병 위험이 2배 가까이 높다는 게 정부 연구용역 결과입니다.
야간근로 비율이 높은 것도 주목할 부분입니다.
숨진 노동자 중 16명이 밤이나 새벽에 일했습니다.
경비원과 냉난방 시설관리자, 요양보호사 등입니다.
특히 아침에 출근해 다음 날 아침에 퇴근하는 '24시간 맞교대'가 가장 많았습니다.
[임상혁/직업환경의학 전문의/녹색병원장 : "(야간에 일하면) 심장이 빨리 뛰게 되고 혈관을 수축하게 되고 이러면서 자율신경계가 망가지는 이런 과정에서 뇌혈관, 심혈관 질환의 발생률이 높게..."]
과로사 판정 근거가 되는 근로 시간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사업장이 많은 것도 문제입니다.
숨진 요양보호사의 재해조사서를 보면, 회사 측은 '종사자 취침시간'이라고 진술했지만 고인의 업무수첩에선 '약 상태 체크' 등의 업무기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업주에게 실제 근로시간을 파악해 보관할 의무를 지도록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습니다.
KBS 뉴스 홍성희입니다.
홍성희 기자 (bombom@kbs.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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