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결혼 안하니? 엄마는 할게”...황혼웨딩 늘었다
60대 이상 혼인·재혼은 꾸준히 증가
“제2의 인생 살겠다”며 황혼 재혼 늘어난 영향
#자영업자 윤모 씨(65)는 친목 동호회에서 만난 여성과 재혼한 뒤 3년째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이혼한 후 10년간 외롭게 살던 윤 씨는 여유가 생기자 재혼한 지인의 권유로 한 친목 모임에 나가 그곳에서 지금의 배우자를 만났다. 윤 씨는 “한 번 이별을 겪은 사람들이라 서로 통하는 점이 많다 보니 더 애틋했다”며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이 있고, 자녀도 다 독립한 뒤라 오히려 이전보다 성숙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회 분위기 변화로 결혼 적령기인 20~30대의 혼인 건수는 줄어드는 반면 ‘제 2의 인생’을 꿈꾸며 새로운 배우자를 찾는 장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은퇴 후 안정적인 경제력을 가진 장년층 사이에서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황혼 재혼’으로 분출된 결과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60세 이상 남성과 여성의 혼인(초혼 및 재혼) 건수는 각각 6790건, 4435건으로 10년 전인 2011년 4930건, 2074건에 비해 각각 2000건 가까이씩 늘었다. 이는 재혼 노년 인구가 늘어난 영향이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남녀의 재혼 건수는 2011년 남성 4769건 여성 1951건에서 2021년 남성 6460건 여성 419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 따르면 재혼에 성공한 회원 중 5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남성이 28.9%, 여성이 16.8%로 지난 2014년 17.2%, 5.6%와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반면 대다수를 차지하던 20·30세대의 혼인은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2014년 30만5507건이던 전체 인구의 혼인 건수는 2021년 19만2507건으로 급감했는데 이는 20~30대 남녀의 혼인 건수가 2014년 각각 25만755건, 26만3660건에서 2021년 각각 15만238건, 15만9652건으로 10만건 이상 줄어든 결과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인생이 길다고 느껴 여생을 도모하려는 장년층이 늘어났다”며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노년의 삶을 위해 결혼을 하는 이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젊은 세대의 경우 다양한 이유로 결혼을 유예하고 있지만 장년층은 굳이 유예할 이유가 없으니 마음 맞으면 결혼을 안 할 이유가 오히려 없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반려자를 만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중년·노년을 위한 결혼중개업체, 각종 소개팅·미팅 서비스나 온라인 카페와 소모임까지 등장 중이다. 주부 유모 씨(60)는 “이 나이에 재혼하고 싶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하면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무섭다”면서도 “자녀가 다 독립한 뒤라 외로움을 많이 느껴 안정적인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소모임에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재혼은 당사자들의 행복이 최우선시 돼야 하지만, 이미 가족이 있는 사람들끼리의 결혼이기 때문에 현실적인 문제를 직면할 수밖에 없다. 자녀들이 이미 다 독립한 성인이지만, 가족 입장에서 새로운 부모를 맞이하는 일이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머니 사별 후 아버지의 재혼을 지켜봤다는 주부 이모 씨(60)는 “처음에는 아버지의 재혼을 반대했지만 외로워하는 아버지를 보며 마음이 열려 결국 재혼에 찬성했다”며 “결혼 이후에 그분이 아픈 아버지를 살뜰히 보살피면서 병시중까지 들고, 다른 가족들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재혼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자녀와 새 배우자 간의 재산 분할 문제도 갈등 요인 중 하나다. 법무법인 라온 양나래 변호사는 “재혼하는 분들의 경우 사별보다 이혼한 경우가 많아서 그 과정에서 재산 분할이 얼마나 문제 되는 지를 알고 있어 실제로 재혼 전에 미리 재산분할 관련 문의를 많이 한다”며 “통상적으로는 배우자에게도 법률상 상속에 대한 지위가 있기 때문에 분쟁을 막기 위해서는 결혼 전에 미리 증여하거나 확정적으로 재산분할에 대해 합의 후 등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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