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남긴 ‘ 2701호 사태’…해법은 ‘전임 닥터’
잦은 교체로 유대감 쌓기 힘들어
축구대표팀 감독과 맞물려 가야
한국 축구에 큰 상처를 남긴 ‘2701호 사태’는 대한축구협회 의무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재발될 수 있다.
유럽을 누비는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선수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 협회가 지난 10일 입장문까지 내고 축구대표팀이 재소집되는 3월까지 의무팀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것도 이를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선수들이 불만을 가졌던 개인 트레이너와 협업안뿐 아니라 주치의시스템 역시 개선할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대표팀에서는 주치의가 선수의 몸 상태를 진단하면 트레이너들이 그 처방에 맞춰 수행한다. 주치의가 선수들을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가 치료 효과를 결정한다.
한국 대표팀은 이 부분이 취약하다. 협회 의무분과위원회에서 대회가 열릴 때마다 주치의를 추천하는데 사실상 자원봉사나 마찬가지다.
축구에 대한 애정이 깊은 의사들이 지원하지만 명예직이라 자주 바뀌니 선수들의 몸 상태에 대한 세밀한 파악은 물론 유대감을 쌓기도 어렵다.
선수의 부상이 악화되는 경우 주치의에 대한 신뢰부터 흔들리기도 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부상이 심해졌던 황희찬(울버햄프턴)의 사례도 그 예다.
최태욱 전 대표팀 코치는 월드컵 이후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황희찬은) 월드컵 직전 소속팀에서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을 다쳤다고 해 재활을 하다 훈련에 합류했는데, 첫 경기 이틀 전에 또 다쳤다. 부상 부위 자기공명영상(MRI)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고 밝혔다.
최 코치는 “대표팀 주치의가 대회마다 바뀌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본다. ‘전임 닥터’가 왜 있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케이스”라고 강조했다.
축구협회의 설명에 따르면 황희찬의 소속 팀 울버햄프턴으로부터 받은 소견서상으로 문제가 없었기에 애초에 MRI까지 요구할 필요가 없었다. 이를 주치의의 진단 과정의 문제나 실수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대표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주치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 사례다.
주치의를 직접 고용하는 전임 닥터제는 큰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당장 전임 닥터제를 도입하기 어렵다면 단계적으로 그에 준하는 시스템을 맞출 필요가 있다. 대표팀 감독과 함께 4년 주기라도 고정된 주치의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협회 한 관계자는 “최 코치의 발언은 선수들의 개별 몸 상태를 놓치지 않고 꾸준히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풀이된다”면서 “과거에도 주치의와 개별 계약서를 쓴 적은 없다. 트레이너 문제와 함께 주치의도 최상의 대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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