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최철순 “은퇴란 말 아직 하지 마세요…축구 열정 아직 그대롭니다”
2006년 입단, 군복무 포함 18년
최강희 감독 떠나고 나만 남아
30대 후반, 출전 시간 줄었지만
다른 팀 유니폼은 상상도 안 해
전북서 아름답게 마무리할 것
몸값이 자신의 가치인 프로스포츠의 세계에서, 한 팀에서만 뛰고 은퇴하는 ‘원클럽맨’은 점점 희귀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프로축구 전북 현대 최철순(37)은 그 희귀한 존재다. 2006년 입단해 전북에서만 18년째 뛰고 있다. 군 복무 시절을 제외하더라도 무려 16년이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며 그라운드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날이 많아지고 있지만, 12일 전북 완주의 전북 현대클럽하우스에서 훈련 중 만난 최철순은 여전히 “뛰고 싶다”며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지금은 왕조라 불리지만 전북은 1994년 창단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다른 팀의 ‘승점 자판기’로 불렸다. 2005년, 최강희 감독이 부임하면서 변화했고 강팀이 됐다.
2006년 전북에 입단한 최철순은 전북이 만년 하위 팀에서 K리그 리딩 클럽으로 거듭난 과정을 똑똑히 목격한 산증인이다. 최철순은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최 감독님이 날 최고의 선수로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하셨다. 그랬던 감독님도 없고 지금은 나만 남았다”고 웃으며 “전북의 승리 DNA를 많이 느끼고 경험해왔다. 연차가 쌓이면서 이런 DNA들을 후배들에게 심어줘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남아 있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최철순이 입단하기 전까지 전북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만 3번 우승해본 팀이었다. 그러나 2006년 이후로는 리그 9회,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2회, FA컵 2회 등 무려 13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최철순은 “전북이 처음부터 계속 이기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공을 잘 차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몸으로 상대 선수와 부딪치며 동료들을 뒷받침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런 것들이 겉돌지 않고 잘 융화됐다. 그게 전북의 ‘위닝 멘털리티’”라고 강조했다.
전북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는 단연 이동국이 첫손에 꼽힌다. 하지만 이동국도 전북 원클럽맨은 아니었다. 전북에서의 우승 경력만 보면 최철순이 앞선다. 전북 팬들이 최철순을 특별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철순 역시 “운동장에서 뛸 때 팬들의 응원 목소리는 큰 힘이 된다. 늘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든 최철순은 이제 선수 생활의 말년을 보내고 있다. 2021년 시즌 후 했던 2년 재계약이 올해를 끝으로 종료된다. 지난 시즌 부쩍 출전 시간이 줄어 은퇴 시점에 대한 얘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러나 최철순의 축구 열정은 아직 식지 않았다. 최철순은 “지난 시즌은 팀에 도움이 많이 되려고 했던 시즌이었다. 베테랑으로서 바깥에서 조력자 역할에 치중했다”며 “물론 현실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지만, 프로 세계이기에 충분히 받아들인다. 다만 난 아직 내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날 필요로 할 때 경기에 나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최소 2025년까지는 뛰고 싶다”고 말했다.
더 오래 뛰려면 전북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적하는 방법도 있다. 최철순은 “일단 난 (경기에) 뛰고 싶은 욕심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옆에서 지켜주고 아껴주는 분들이 한결같이 ‘전북에서 마무리를 하라’고 한다. 그 말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이니, 전북에서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그림을 지금은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유니폼을 입은 최철순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전북 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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