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눈 만든 ‘눈 덕후’ 물리학자[책과 삶]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
나카야 우키치로 지음·박상곤 옮김
글항아리 | 296쪽 | 1만5000원
소복소복 쌓이는 눈이 신비로운 존재로 여겨질 때가 있었다. 기상물리학자 나카야 우키치로는 눈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봤다. ‘수정 바늘이 모여 이뤄진 듯한 눈 결정의 정교한 형태’를 본 이후 평생 눈을 연구한다. 일본에서 물리학이 막 싹트던 1930년대의 일이다.
나카야는 그야말로 ‘눈 덕후’였다. 그는 1936년 세계 최초로 저온 실험실에서 인공 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눈, 얼음, 안개, 서릿발 등 자연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실험했다. 추위도 그를 막을 수 없었다. 그는 영하 15~10도인 홋카이도의 도카치다케산에 머물며 연구를 지속하며 이런 문장을 썼다. “나도 추위에 강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이곳에서) 나흘, 닷새 연구를 계속하면 아침부터 자정까지 밖에 서 있어도 추위를 그다지 심하게 느끼지 못한다.” 홋카이도는 물론 그린란드와 알래스카를 누비는 한편 실험실에서 실패를 거듭하는 그의 여정이 담겼다.
눈을 탐구하는 과정, 동료들과의 일상, 일상 속 과학에 대한 산문을 여러 편 묶었다. 1930~1940년대 나카야가 신문, 잡지 등에 쓴 글을 묶어 2002년 일본에서 처음 출간했다. 주제는 과학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까지 나아간다. 저자는 나뭇가지 모양의 특이함, 찻잔 곡선의 아름다움 같은 미학적인 것들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은 불가능하진 않지만 현명한 방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의 방점은 현명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불가능하지 않다는 데 찍혀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연구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이 이만큼 발전한 것은 그 희박한 가능성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그 어리석음 덕분에 우리는 눈의 정체를 알게 됐으며, 현대 과학을 일상에서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경민 기자 5k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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