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가, 그저 내 삶을 쓸 수밖에[책과 삶]
파문
장남수 지음 | 강
206쪽 | 1만4000원
장남수는 ‘노동운동의 산증인’이라고 불린다. 1958년 경남 밀양에서 빈농의 둘째딸로 태어나 초등학교만 마치고 서울 공장에 취업했다. 1977년 원풍모방에 입사해 노동조합 대의원과 탈춤반 회장으로 활동했다. 1980년 전두환 정권의 ‘노동계 정화 조치’로 계엄사에 끌려간 뒤 강제 해고됐다.
<파문>은 장남수가 처음으로 낸 소설집이다. 단편소설 7편이 실렸다. 노조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간 남자(‘파문’), 가난한 시절 마음의 상처로 언니와 멀어진 동생(‘물들인 날’), 딸로서 가족에게 헌신했고 지금은 아들을 위해 희생하는 어머니(‘엄마의 빛’), 낯선 제주도로 옮겨와 집주인과 신경전을 벌이는 세입자(‘그 집에는’), 부동산에 울고 웃는 사람들(‘집의 조건’), ‘빨갱이’로 몰렸던 가혹한 세월을 담담히 들려주는 어머니(‘그기 머라꼬’), 관광객에게 돈을 뜯어내려는 ‘조선족’ 가이드(‘가이드’)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어떤 인물의 이야기를 읽든 장남수의 삶을,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독자의 삶을 찾아낼 수 있다. 소설에서 여성 노동운동가 작가의 비장함을 볼 것이란 예상은 깨진다. 대신 다른 사람과 복닥거릴 수밖에 없는 삶, 그 삶을 사랑하고 증오할 수밖에 없는 고단함을 본다.
장남수는 사람에 대해 오랫동안 글을 썼다. 사람과 사회를 더 배우기 위해 검정고시를 거쳐 2007년 마흔아홉 살에 대학생이 됐다. 그의 글에는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자신에 대해선 체념한 여자들에 대한 공감, 공장에서 키운 꿈과 노조에서 자각한 인간의 권리, 역사에 대한 실망과 희망이 담겼다. 장남수는 ‘작가의 말’에서 “도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지닌 만큼의 이야기들을 그저 쓸 수밖에”라고 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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