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도시 그림에 담긴 중세, 근·현대의 풍경[책과 삶]
도시의 만화경
손세관 지음
도서출판 집 | 608쪽 | 3만2000원
“도시는 인간이 만든 최고의 예술품”이라는 말이 있다. 정밀한 관측 기술이 등장하기 한참 전부터 사람들은 오랜 노력을 기울여 이런 ‘예술품’을 화폭에 담으려는 시도를 해왔다.
건축·도시학자 손세관은 <도시의 만화경>에서 동서양 도시 15곳을 그려낸 지도를 통해 중세에서 근현대로 이행하던 시기 사람들의 삶을 읽어낸다. 지도엔 당대의 현실과 동경, 지향 등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책의 제목이 <도시의 만화경>인 이유다.
중국 카이펑의 모습을 담은 12세기 장택단의 그림 ‘청명상하도’는 600여명에 달하는 사람들, 60마리 이상의 가축, 선박 등이 등장해 ‘송대의 백과사전’이라고도 불린다.
거리의 만담꾼부터 ‘회춘환’을 파는 약국, 품삯 일꾼까지 와글와글한 당대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렸다.
암스테르담은 17세기에 이미 ‘시민을 위한’ 효율적인 도시를 조성했다. 17세기의 떠들썩한 파리에는 처음으로 ‘보도’가 생겨 마차 걱정 없이 어슬렁댈 수 있게 되었다.
대중 대상의 공원이 개방되자 숙녀들은 곱게 치장하고 하루 종일 벤치에 앉아 뽐내다 집으로 돌아갔다. 부르주아들이 오후 3~5시 사이 거리를 거닐며 스스로의 차림새를 뽐내고 남을 관찰하는 등 서로 교류한 19세기 빈의 ‘링슈타르세 코르소(행진)’는 오늘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고 할 만하다.
18세기 무렵 한양을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태평성시도’는 ‘청명상하도’의 영향을 받아 번성하는 상업도시를 어필한 떠들썩한 그림이다.
독자의 눈길을 끄는 다양한 도판들과 대중적인 친근한 설명은 장점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면 저자의 바람대로, 이 책에 미처 담기지 못한 다른 매력적인 도시와 지도에 대한 글도 읽고 싶어진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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