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피랍 사태의 재구성…영화 '교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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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한국인 23명을 납치했다.
협상 조건은 24시간 안에 현지에 주둔 중인 한국 군대를 철수하고 인질과 같은 수의 탈레반 죄수를 감옥에서 석방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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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순례 감독의 연출색 변화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한국인 23명을 납치했다. 협상 조건은 24시간 안에 현지에 주둔 중인 한국 군대를 철수하고 인질과 같은 수의 탈레반 죄수를 감옥에서 석방하라는 것.
외교부 실장 정재호(황정민 분)와 중동·중앙아시아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현빈)은 인질을 구하기 위해 아프간으로 향한다. 이들은 성격도 사건에 다가가는 방식도 달라 처음부터 삐걱대지만 '인질 구출'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손을 잡는다.
2007년 아프간 피랍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교섭'은 실제 사건이라는 바탕 위에 매끄러운 기승전결과 흠잡을 곳 없는 배우들의 연기를 더한 완성형 상업영화다.
임순례 감독은 실제 사건의 전반적인 틀을 가져가면서도 시간적 배경을 2006년으로 옮기고, 허구의 인물과 이야기를 더해 재구성했다. 그 과정에서 피랍에 대한 묘사는 줄이고 인질을 구하기 위해 분투하는 두 사람에게 초점을 맞췄다.
교섭 전문 외교관인 재호는 원칙주의자다. 인질 석방을 위해 온 힘을 쏟으면서도 탈레반과의 대면 협상이 필요하다는 대식에게 '테러 집단과의 직접 협상은 외교에서는 최악의 패'라며 단칼에 거절한다.
반면 대식은 철저한 현장파다. 재호가 아프간 정부 사람들과 테이블에 앉아 교섭할 때 대식은 아프간 거리를 누비며 '이 바닥에서만 통하는 룰'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두 사람은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목표 아래 조금씩 타협점을 찾아간다. 어느새 재호의 대원칙은 외교적 명분이 아닌 '자국민 보호'가 되고, 대식은 재호가 세운 계획에 묵묵히 힘을 보탠다.
교섭 작전의 통역을 맡은 아프간 유일의 파슈토어 전문가 카심(강기석)은 능청스러운 모습으로 두 주인공 사이에서 윤활제로, 작품 전반에서는 관객의 숨통을 틔워주는 신스틸러로 톡톡히 역할을 한다.
한국 영화 최초로 아프간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이국적 풍경으로 가득하다.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분과 현지 스태프에게 요청해 삽입한 실제 아프간 풍경들은 황량하고 거친 이미지에 현장감을 부여한다.
전작과는 다른 임순례 감독의 새로운 연출색도 눈길을 끈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7), '리틀 포레스트'(2018) 등을 통해 휴머니즘적 색채를 전면에 내세웠던 그는 교섭 작전을 긴박감 있게 묘사하는 데 주력하면서 차량 추격신, 격렬한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클라이맥스는 테이블 하나를 두고 마주 앉은 재호와 탈레반 사령관의 교섭이 담긴 후반 30분에 있다. 배우들의 표정과 대사만으로 이뤄진 이 장면은 그 어떤 액션보다 역동적이다.
임순례 감독은 "동일한 사건을 어느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아프간이라는 미지의 땅, 탈레반이라는 굉장히 잔혹한 집단을 상대로 우리 국민의 생명을 지켜 다시 한국으로 와야 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면 이색적인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마음에서 연출을 맡았다"고 밝혔다.
18일 개봉. 108분. 12세 관람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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