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 만에 공개된 ‘그 날 그 곳’…참사의 재구성
[앵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해 온 경찰 특별수사본부가 오늘(13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두 달 반 전 그날, 그 시간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숨졌는지, 분석은 내놨는데 적합한 사람에게 제대로 책임을 물었는지는 물음표가 남습니다.
먼저 특수본이 설명한 참사 원인부터 짚어봅니다.
마치 인파가 한몸처럼 파도를 쳤다는데 KBS는 그동안 당시 취재 영상을 내보내는 걸 자제해 왔지만, 경찰이 제공한 이 영상은 사고 경위를 설명하기 위해 짧게 절제해서 공개하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먼저 황현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그 날, 이태원은 초저녁부터 북새통이었습니다.
인파는 여러 CCTV에 찍혔고, 특수본은 그 중 석 대의 영상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설치된 2대, 참사가 난 그 골목길에 있던 1대입니다.
저녁 8시 반, 이미 옆 사람과 부딪히지 않고선 걸을 수 없었습니다.
밤 9시, 인파가 더 늘더니, 일부는 차도까지 밀려납니다.
112, 119에 신고가 빗발치기 시작한 시점입니다.
밤 10시 10분 세계음식문화거리, 양방향 인파가 교차하며 뒤엉키는 모습이 선명합니다.
결국, 사람들이 한 무더기처럼 떠밀리는 현상이 본격화됩니다.
[최영규/'이태원 참사' 생존자 : "제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어요. 여기서 밀고 오면 이리로 밀렸고..."]
이 많은 인원은 밤 10시 13분, 좁은 '사고 골목'에 쏠렸습니다.
2분 뒤 누군가 넘어집니다.
그 원인까진 알아내지 못했지만, 가파른 골목 구조가 영향을 줬다고 특수본은 추정했습니다.
넘어진 사람 위로 또 넘어지고, 또 넘어지면서 발생한 '군중 압력', 대규모 '질식'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박민영/금오공과대학 기계설계공학과 교수 : "그냥 넘어지고 끝나는게 아니라 그 위에 엎어지면서 (사고) 발생을 하게 되고, 사람들이 '우' 하고 한꺼번에 넘어지는 것으로 확인하실 수가 있는데요."]
분석 결과, 인파 밀집도는 불과 10여 분만에 최대 3배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A4용지 20장 위에 8명이 올라선 정도의 밀집도.
제일 밑에 깔린 사람이 받았을 무게는 500킬로그램 이상이었습니다.
[황민구/법영상분석연구소장 : "(실험했을 때) 사람들이 아파하고 비명지르고, (사람을 안에 채운) 박스 세트가 무너질 정도의 밀집도라는 것이..."]
이런 초밀집 상황에서 일방통행이나 우회 조치가 전무했던 관계 기관들의 무책임이 더해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졌단 게 특수본의 결론입니다.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서수민 김지혜/화면제공:경찰청 특별수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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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규 기자 (help@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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