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스타라는 이유로 '8개월차 코치'를 감독으로…어쩌면 예고된 참사

김호중 2023. 1. 13.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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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김호중 객원기자] NBA 감독직은 배우는 자리가 아니다. 증명하는 자리다. 데미안 릴라드의 전성기 구간은,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다.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는 13일(한국시간) 모다 센터에서 열린 2022-2023 NBA 정규시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113-119로 패했다.

포틀랜드는 이날 패배로 5연패 늪에 빠졌다. 순위는 서부 11등까지 추락했다. 최근 10경기 구간 성적으로 놓고봐도 2승 8패로 부진이 심각하다.

팀이 이렇게 무너지는데 있어서 감독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데미안 릴라드는 여전히 건재하고, 앤퍼니 사이먼스, 유서프 너치키도 건강하게 뛰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는 공수밸런스가 좋은 제라미 그랜트 및 게리 패이튼 2세를 영입해줬고, 또 트레이드를 통해 조시 하트, 저스티스 윈슬로우도 영입해줬다.

이같은 전력 보강 속에서 팀이 전혀 힘을 못 쓰는 이유는 결국 전술이다.

천시 빌럽스는 선수 시절 터프했던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구단의 스타 포인트가드로, 2004년 우승과 함께 파이널 MVP를 차지한 자다. 커리어 평균 15.2점 5.4어시스트를 기록했고 그의 등번호는 영구결번되었다.

화려한 선수 생활을 뒤로하고, 빌럽스는 2014년 은퇴 후 방송인으로 지내다가 그의 절친 터런 루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 감독이었던 루는 빌럽스에게 코치 자리를 제안하고, 빌럽스는 이를 수용하면서 2020년 11월 9일부터 클리퍼스의 코치로 부임한다.

빌럽스는 코치로서 확실한 목소리를 냈고, 선수들 사이에서 호평 일색이었다. 차기 감독감이라는 평가를 받고는 했다.

하지만 빌럽스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지 1년도 안된 시점, 그에게 NBA 감독직을 제안하는 구단이 나타난다. 테리 스토츠 감독을 해고한 포틀랜드는 공석이 된 감독직을 두고 배키 해먼과 빌럽스를 저울질하다 빌럽스에게 감독직을 맡긴 것이다.

2021년 6월 28일, 그가 코치가 된지 8개월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8개월차 초짜 코치는 그렇게 감독이 되었다. 리그에서 10년, 20년 코치 생활을 하고도 감독이 되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한데, 빌럽스는 너무나도 손쉽게 감독이 된 것이다.

빌럽스는 첫 시즌 32.9%의 승률로 시즌을 마쳤다. 11연패로 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주포 데미안 릴라드가 일찌감치 시즌 아웃된 상황, 그리고 2옵션 CJ 맥컬럼이 트레이드된 상황을 고려하면 성급하게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2년차인 올 시즌은 이같은 핑계거리도 없다. 리그에서 가장 건강하게 주축 선수들이 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서부 하워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치로 10년, 20년, 오래 있던 지도자들도 한 팀을 통솔하는 감독이 되면 심각한 시행착오를 겪고는 한다. 코치로 8개월밖에 안 지낸 빌럽스는 더욱 큰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첫 시즌, 빌럽스는 전면 압박 수비를 주문했다. 빅맨 유서프 너키치에게도 적극적인 헷지 수비를 주문했다. 현대 농구 트렌드인 드랍백과는 정반대 수비다. 결국 포틀랜드의 수비는 여러 약점을 노출했다.

빌럽스는 본인의 실수를 깨닫고 2년차 시즌에는 빅맨의 헷지 수비를 거의 폐기했다. 오히려 드랍백 수비를 주문헀고, 그리고 동시에 각종 지역 방어를 섞어가는 수비로 스타일을 아예 바꾸었다. 토론토 닉 널스 감독의 수비 색깔을 냈다. 그리고 포틀랜드는 시즌 초 달라진 스타일로 큰 재미를 봤다. 수비 지표 최상위권을 오갔다.

하지만 NBA 팀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비 스타일을 아무리 자주 바꾸더라하더라도, 결국 릴라드와 사이몬스 가드진의 수비 약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주전 센터 유서프 너키치도 림 프로텍팅 능력이 정상급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팀들은 각종 전술로 매치업 헌팅에 집중했고, 최상위권이던 디펜시브 레이팅은 전반기 종료 시점인 현재 기준 리그 19위까지 추락했다.

빌럽스는 선수 시절 매우 영리한 선수였다. 경기를 그 누구보다 잘 읽어내는 선수였다.

그가 1년차에서 2년차로 넘어올 때 전술을 싹 바꾼 것만 봐도 전술적으로 매우 과감한 성향임을 알 수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충분히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감독은 이같이 배우는 자리가 아니다. 배운 것을 갖고 증명하는 자리다. 선수 시절 빌럽스의 농구 지능이 탁월했을지라도, 지도자 수업 1년 경력의 코치를 바로 감독으로 선임하는 것은 너무 섣부른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대다수의 NBA 팀들은 감독을 선임할 때 경력을 많이 본다. 대중으로부터 감독이 되기 이르다고 평가받았던 윌 하디(34) 유타 신임 감독도 알고보면 8년차 베테랑 코치다. 8년차도 이르다고 평가받는데, 8개월차 코치는 얼마나 이른 것일까.

포틀랜드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 모두의 불신을 뚫고 지도자 경력이 거의 없는 초보 코치를 선임했다. 이 선택에 대한 결과는 오로지 본인들이 지어야 한다. 데미안 릴라드의 전성기는 그렇게 가고 있다.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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