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담론장서 배제돼 온 여성 서사 조명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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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역사를 서술하고 되새기는 담론장에서 여성의 서사가 조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 교수는 "광주전남여성단체는 지난 2012년 자료집 '여성'을 발표해 '5·18과 관련된 경악할 만한 사건만 증폭되고 고귀한 인간성은 세월 속에서 마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오랜 시간 여성이 5·18 담론장에서 배제돼오며 남성 중심 서사가 만들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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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5·18기념재단, 13일 조선대서 '5·18 연구, 남은 과제들' 학술대회
김영희 연세대 교수 "진상규명 과정서 남성 중심 서사 만들어져"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5·18민주화운동 역사를 서술하고 되새기는 담론장에서 여성의 서사가 조명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18기념재단은 13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본관에서 '5·18 연구, 남은 과제들' 학술대회를 열어 5·18이 다뤄야 할 과업들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김영희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5·18에 참여했던 여성 시민들의 구술 자료를 토대로 이들의 서사가 조명받아야 할 이유를 역설했다.
김 교수는 "광주전남여성단체는 지난 2012년 자료집 '여성'을 발표해 '5·18과 관련된 경악할 만한 사건만 증폭되고 고귀한 인간성은 세월 속에서 마모되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오랜 시간 여성이 5·18 담론장에서 배제돼오며 남성 중심 서사가 만들어져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항쟁 과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이 한정적이지 않았다며 조사한 자료와 구술 채록을 근거로 이를 강조했다.
그는 "5·18 항쟁 기간 동안 옛 전남 도청 앞 광장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수많은 여성들이 눈에 띈다.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남성보다 압도적인 규모로 광장을 채우고 있다"며 "그러나 오늘날 5·18 당시 여성들의 이미지는 자식의 죽음 앞에 울부짖는 어머니, 남편을 기다리다 죽음을 맞이하는 아내, 헌혈을 하다 총에 맞은 여고생 등으로만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구술 채록 결과 당시 여성들의 신분은 학생을 시작으로 시민 단체 회원, 시장 상인 등 다양했다. 활동 또한 주먹밥 만들기와 가두 방송에 한정되지 않았다"며 "특히 당시 급변한 노동 환경에 여성 노동자들의 주권 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의 항쟁 참여 비율 또한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성들의 활약은 항쟁 이후 배제되기 시작했다. 이는 진상규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남성 중심 서사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구술에 참여한 증언 중에는 '당시 남성이 가지고 있던 사회적 지위 등에 묻혀 여성 주도 활동이 부각되거나 평가 받지 못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여성들의 서사가 조명받지 못한 까닭에 이들이 겪은 폭력이 역사 속에서 지워졌다고도 설명했다. 5·18기념재단의 구술채록에 참여한 당시 가두방송에 나섰던 여성은 5월 25일 '독침 사건'에 휘말려 시민들에 의해 간첩으로 내몰린 경험을 뒤늦게서야 밝혔다. 독침 사건은 시민군으로 위장한 계엄군이 집회 도중 독침을 맞았다며 자작극을 벌여 시민들의 동요를 일으키려 시도한 사건이다.
김 교수는 "5·18은 '북한군의 지령을 받은 간첩의 소행'이 아닌 '순수한 시민의 항쟁'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지키기 위해 분투해오며 하나의 완결된 서사가 됐다"며 "완결된 서사 안에서 개인과 소집단은 사라진다. 오랫동안 담론장에 '출현'하지 못한 여성들을 끌어올려 5·18을 새롭게 기리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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