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대학원·유학생은 등록금 인상에 ‘한숨’
대학원·외국인만 잇달아 올려
대학원 입학금 여전, 부담 가중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아동청소년학을 공부 중인 중국 국적 A씨(26)는 한 학기에 7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낸다. 장학금으로 절반을 지원받을 수 있지만 직전 학기 학점이 3.8점을 넘어야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과외를 하면서 학비를 벌고 있는 A씨는 13일 통화에서 “장학금 받으려면 공부도 해야 하고, 평소에 돈도 벌어야 해서 학기 시작하면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말했다.
성균관대는 올해 대학원 등록금을 지난해 대비 2% 올리기로 했다. A씨는 “조금 올리는 것 같아 보이지만 쌓이면 부담”이라며 “외국인이라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A씨가 학부를 다녔던 고려대에서는 지난해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7% 인상했다.
대학들이 대학원과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잇따라 인상하고 있다. 교육부가 올해 대학 관련 규제들을 대대적으로 풀고, 등록금 규제 완화에도 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동아대 등 일부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동결을 결정한 대학들은 대학원생과 유학생의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학부 등록금은 14년 동안 동결 상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정보공시를 통해 본 등록금 및 교육비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0월 공시 기준 전국 4년제 일반대학 등록금은 1인당 평균 679만4000원이다. 이는 2008년보다 1% 많은 수준이다. 서울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중앙대·국민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은 올해도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대학원과 유학생 등록금의 사정은 다르다. 서강대는 올해 대학원 등록금을 계열별로 2~4% 인상한다. 성균관대는 대학원 등록금을 2%, 유학생 등록금을 5% 올린다. 올해 서울시 지원금이 100억원 깎인 서울시립대도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을 4.05% 인상한다. 한양대와 중앙대도 유학생 등록금을 5%씩 올리기로 했다.
대학들이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만 올리는 이유는 학부 등록금 인상에 걸려 있는 규제 때문이다. 대학 등록금 인상 폭은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다. 올해 대학들은 4.05%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상률 내에서 등록금을 올리더라도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한 대학에만 국가장학금II 유형을 지원하기 때문에 대학들은 동결 기조를 이어왔다. 그러나 대학원과 정원 외로 모집하는 유학생 등록금에는 이 같은 국가장학금II 참여 요건이 적용되지 않는다. 유학생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 관련 규제도 없다.
대학원생은 늘어나는 등록금에 더해 입학금 부담도 짊어져야 한다. 학부 입학금이 고등교육법에 ‘입학금 징수 금지 조항’이 생긴 이후 올해 전면 폐지된 것과 달리 대학원에는 여전히 입학금이 존재한다. 2021년부터 서울 소재 대학원을 다니고 있는 이동영씨(25)는 “100만원 넘는 입학금을 냈던 것까지 합치면 대학원에 다니는 동안 학교에만 2500만원 가까이 썼다”며 “모두 학자금대출로 해결했는데 앞으로 갚아야 할 금액을 생각하면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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