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는 숨 고르기…금감원장, 은행권에 “인상 자제”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하고 나섰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금리가 상승해 시중은행의 조달비용이 커지고, 대출금리도 따라 오른다.
한은이 지난 1년5개월간 기준금리를 총 3%포인트 올린 것을 고려하면 이 기간 가계 이자 부담은 39조원 이상 커졌다. 차주 1인당 연간 이자도 총 197만원 정도 증가한 셈이다. 가계 이자 증가에 따른 소비 위축도 우려된다. 한은의 분석을 보면 금리 상승으로 가계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연소득 대비 연간 원리금 상환액의 비율)이 1%포인트 오를 때 가계소비는 평균 0.37% 감소한다. 소비 위축은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인상은 은행의 신규 대출금리에 바로 반영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이 대출금리 점검에 나선 이후 시중은행이 우대금리를 확대하거나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감면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이날 현재 연 4.78~7.41%로, 사흘 전인 지난 10일(5.35~8.11%)보다 상·하단이 모두 내려왔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대출금리 상승을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다시 허용한 후로 은행권은 자금 조달을 위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올릴 유인이 감소했다. 예금금리가 동결되거나 내리면 대출 상품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상승하지 않는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취급한 정기예금 등 수신상품 금리를 가중평균한 값이다. 4대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분을 예금금리에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 “시장상황 등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거나 “인상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이 나온 후 은행권을 향해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은행은 가산금리 조정 등에 어느 정도 재량이 있고 지난해 순이자 이익 등에서 여력도 있다”며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기업의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들이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최희진·박채영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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