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경원 사표에 '해고 통보'…경고 메시지·리스크 정리 '이중포석'?

최동현 기자 정지형 기자 2023. 1. 13. 2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羅 사직서 수리 않고 '해임' 결정…"尹心에 나경원 없다 쐐기" 해석
지지율 하락에 기류 급변했나…나경원 리스크 정리하고 순방 전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청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 참석하기 앞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2023.1.1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정지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하지 않고 사실상 해고 통보했다.

윤 대통령이 해임을 결단한 배경은 나 전 의원이 '불출마 시그널'에도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시사하는 자기 정치를 고집한 것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해 첫 순방을 앞두고 지지율 하락 요인이 될 논란을 정리하겠다는 의도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오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이 지난 10일 사의(辭意)를 표명한 지 사흘 만이다.

윤 대통령은 후임 인선을 즉각 단행했다. 김 수석은 "신임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에 김영미 동 위원회 상임위원을 내정했다"며 "신임 기후환경대사에는 조홍식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내정했다"고 말했다.

두 내정자는 오는 17일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정식 임명된다. 김 수석은 "다음 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이 (전자결재로) 정식 임명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의 브리핑이 나오고 3시간여 뒤인 이날 오후 8시쯤 페이스북에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이날 대리인을 통해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사직서를 제출했다. 대통령실은 그간 나 부위원장이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이유'를 들며 사직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날 사직서를 수리하지 않고 '해임'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 나 전 의원을 향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을 해임하는 동시에 후임 인선을 한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이 13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기 위해 마이크를 고쳐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및 기후환경대사 직에서 해임하고 신임 부위원장에 김영미 상임위원을, 기후환경대사에는 조홍식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했다. 2023.1.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대통령실의 불만은 지난 5일 나 전 의원이 공개석상에서 언급한 '대출 탕감' 정책 방안에서 촉발됐다. 대통령실은 6일 안상훈 사회수석 명의로 브리핑을 열고 "대출 탕감 정책과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이례적으로 공개 반박했다.

급기야 나 전 의원이 '대출 탕감 정책은 위원회 차원에서 검토됐던 것'이라는 해명을 놓고 대통령실이 "새빨간 거짓말", "당권에 도전하려면 부위원장직을 그만두는 것이 맞다" 등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했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이 이날 오전 사직서를 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올린 글이 '도화선'이 됐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적어 '친윤 저격' 논란이 일었다.

결국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해임하는 방식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나 전 의원이) 경고를 무시하고 자기 정치를 하니까 (윤 대통령이) 쐐기를 박은 것 같다"며 "한마디로 '윤심(尹心)에 나경원은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오는 14일부터 6박8일 간의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을 떠나기 전에 '나경원 리스크'를 정리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초 윤 대통령은 나 전 의원의 거취를 '보류' 상태로 두고 순방길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이날 급작스럽게 인선을 단행했다.

이런 기류 변화는 '지지율 하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성인남여 1002명을 설문한 결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긍정 35%, 부정 57%로 집계됐다. 5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던 지지율이 꺾인 결과로, 전주 대비 긍정 평가는 2%포인트(p) 내리고 부정 평가는 3%p 높아졌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dongchoi89@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