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윗선 면죄부’로 끝난 이태원 수사, 유족 눈물 누가 닦아주나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가 13일 경찰·구청·소방서 지휘관·간부 23명을 검찰에 송치하며 종결됐다. 구속자는 159명이 숨진 참사의 예측·대처를 못한 용산 구청장·경찰서장 등 6명에 그쳤고, 행정안전부·경찰청·서울시는 무혐의 처리했다. 74일간 501명이 뛰어든 수사가 윗선에 면죄부를 주고 일단락된 것이다. 유례없는 ‘인재’ 참사에 ‘국가는 어디에 있었느냐’는 시민의 물음에 응답해야 할 수사가 꼬리자르기로 허망하게 끝났다. 유족의 눈물을 닦아주기는커녕 가슴을 후벼판 수사가 개탄스럽다.
특수본은 ‘군중 유체화(流體化)’가 참사 원인이라 했다. 특정인이 민 것이 아니라 다중 인파가 내리막길에 몰리면서 4번 넘어졌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질식과 압사 후유증(복강내출혈·재관류증후군)으로 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에 송치한 공무원 16명에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공동정범을 적용했다. 한 명의 결정적 과실보다 여러 명의 공동과실이 범죄를 일으켰다고 한 것이다. 사전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예방·구조·수습하지 못한 구청·경찰·소방, 상황 정보를 삭제·은폐한 이들, 지하철 무정차 통과 요구를 이행하지 않은 이태원역장까지 조각조각 책임을 물은 것이다. 여기까진 유족·국민도 당연시한다. 문제는 수사도 하지 않은 ‘윗선’이다.
이태원 참사는 ‘살려달라는 시민 옆에 국가는 존재하지 않은’ 도시형 재난이다. 위험 예측도, 상황 공유도, 골든타임 대처도 다 겉돌았다. 국가 재난안전체계는 허점투성이고, 정부·여당의 ‘2차 가해’도 유족들의 가슴을 멍들게 했다. 특수본의 뒷북치는 말처럼, 인파 관리자만 더 배치하고 일방통행만 시켰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아쉬워하며 끝날 일이 아니다. 대통령을 대신해 대형 참사의 정무적 책임을 져야 할 이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다. 그러나 특수본은 이 장관은 “구체적 주의 의무가 없다”고, 윤 청장은 “자치경찰 사무까지 법적 의무가 없다”고 무혐의로 종결지었다. 경찰을 지휘하는 장관·수장은 압수수색·소환조사 한 번 없이 끝난 ‘셀프수사’였다. 국민이 바라는 장관 문책은 윤석열 대통령 몫으로 남게 됐다.
공은 다시 국회와 검찰로 넘어갔다. 국회 국정조사특위는 “책임지는 이 없는 참사”를 규탄한 유족들의 3차 공청회를 끝으로 오는 17일 공식 조사활동을 마친다. 국회는 이 장관을 포함해 위증·위법 행위는 엄중히 고발하고, 입법 과제도 책임있게 완결짓기 바란다. 검찰은 참사 수사가 부실하면 ‘특검’ 요구가 커질 수 있음을 명심하고, 성역 없는 진상·책임 규명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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