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윤 대통령 비토에도 당대표 나설까···정치 인생 중대 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전격적으로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에서 해임한 것은 ‘나경원은 윤심(윤 대통령 의중)이 아니다’라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비토에 친윤석열계의 파상 공세까지 받아내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할지 선택해야 하는 중대 기로에 섰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의 전당대회 개입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장제원 의원이 나 전 의원을 “친윤으로 위장한 비겁한 반윤”으로 공격했고, 비윤계는 “대표 나오는 것이 대역죄냐”고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강압적인 행태를 비판했다.
나 전 의원 측은 이날 갑작스런 해임 결정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만 해도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 사직서를 정식으로 제출했고,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스위스 순방에서 돌아온 후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은 물론 사표 수리가 아니라 해임이라는 강수를 둔 것도 나 전 의원 측을 놀라게 한 부분이다.
나 전 의원은 지금까지 친윤계로부터 공격받으면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하겠다’고 강조하면서 비윤·반윤으로 낙인찍히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확실한 거부 표시를 함으로써 이런 전략을 펼치기 힘들게 됐다.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과의 관계 단절을 선언한 만큼 장 의원과 ‘김장연대’를 구성했던 김기현 의원이 더욱 빠르게 윤심 단일 후보의 위상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인사들은 이준석 전 대표를 찍어내는 신호탄이 됐던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와 비교한다. 당시 이 전 대표에게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 나 전 의원에 대한 친윤계의 공세가 더욱 거세지리란 전망도 가능하다.
실제 장 의원은 이날 대통령실 해임 발표 직후 기다렸다는 듯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익을 위해 세일즈 외교를 나가시는 대통령의 등 뒤에다 대고 사직서를 던지는 행동이 나 전 의원이 말하는 윤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를 위하는 길인가”라고 일갈했다. 이어 “오로지 자기 정치만 하는 사람이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 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며 “유승민, 이준석과 뭐가 다른가”라고 했다. “마치 박해를 받아 직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약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친윤계 박수영 의원은 SNS에 “제2의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공격했다.
나 전 의원측은 장 의원의 비판에 대해 “나 전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요구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이런 공세를 받아내면서 당대표에 도전할지 결정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나 전 의원은 SNS에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강조하며 ‘어느 자리에 있든’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당대표 출마 여지를 남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이렇게 된 이상 전대에 나가 당원들의 지지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과 나 전 의원이 여권의 전방위적인 불출마 압박으로 출마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함께 나온다.
일각에선 나 전 의원이 높은 인지도와 친윤계에서 탄압받는 상황 덕분에 이번에 도입된 결선투표제의 수혜를 받을 것이란 전망도 한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다른 후보들의 지지를 수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윤계는 윤대통령실과 장 의원을 비판하며 나 전 의원을 옹호했다. 김웅 의원은 SNS에 “민주당과 열심히 싸우던 나 전 의원의 과거 모습이 떠오른다”며 “그런 나 대표가 당대표 한 번 나오겠다는 것이 무슨 대역죄인가”라고 적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SNS에 “윤핵관 말 안듣는다고 곧바로 선배 정치인에다 대고 악담을 퍼붓는 장 의원은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라며 “당이 친윤이니 반윤이니 갈려서 아사리판이 된 근본 원인은 윤핵관들의 호가호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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