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교사에 테이저건 30초 연속 발사해 사망...미국 경찰, 또 과잉진압

'블랙 라이브스 매터' 설립자의 사촌이자 고교 교사
"경찰이 나를 조지 플로이드로 만들려고 한다!" 절규

지난 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니스대로 한복판에서 한 경찰이 키넌 앤더슨의 목을 팔꿈치로 누르고, 또 다른 경찰이 그에게 테이저건을 쏘려고 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공개한 보디캠 영상 캡처

"경찰이 나를 조지 플로이드로 만들려고 한다!"

이달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 베니스대로 한복판에서 한 흑인 남성의 이 같은 절규가 울렸다. 2020년 5월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언급한 남성은 키넌 앤더슨(31). 경찰이 쏜 테이저건(전자충격기) 두 발을 맞고 4시간 30분 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013년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를 공동 설립한 흑인 인권운동가 패트리스 컬러스는 "경찰이 살해했다"고 했다. 컬러스는 숨진 앤더슨의 사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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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달라' 사정에도 "테이저건으로 살해"

로스앤젤레스 경찰국(LAPD)의 설명과 당시 경찰 몸에 부착된 보디캠 영상 등을 종합하면, 3일 오후 3시 38분쯤 교통사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거리를 뛰어다니며 이상한 행동을 하는"(LAPD) 앤더슨을 발견했다. 그는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한다"면서 경찰의 신문 지시를 순순히 따랐다. 그러나 경찰 몇 명이 더 도착하자 겁에 질린 채 도주하려고 했다. 영상 속 그는 "도와주세요, 제발"이라고 사정하면서 "경찰이 나를 조지 플로이드로 만들려고 한다"고 외쳤다. 이내 도로 한가운데서 완전히 제압됐다. 경찰 한 명은 누워 있는 앤더슨의 목을 팔꿈치로 눌렀다. 조지 플로이드를 질식사하게 한 진압 방식이다. 또 다른 경찰이 앤더슨에게 약 30초 연속으로 테이저건을 쏘고, 이어 5초간 한 발을 더 쐈다. 5분 후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앤더슨은 수갑을 찬 채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산타모니카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4시간 30분 만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미셸 무어 LA 경찰서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앤더슨이 뺑소니 사고를 일으키고 다른 사람의 차를 타고 도주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혈액검사 결과 대마초와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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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적 과잉진압 다시 도마에

경찰 발표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앤더슨은 비무장 상태였다. 워싱턴의 한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그는 가족과 지인을 만나기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던 중이었다.

컬러스는 "영상 속 그는 목숨을 잃을까 두려워했다. 자신을 보호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그를 보호하지 않았다. 경찰이 그를 살해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했다.

인종차별적인 경찰의 과잉진압은 다시 도마에 올랐다. 무어 서장의 사임을 요구하고 경찰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위원회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캘리포니아주 경찰이 흑인을 도로나 거리에서 검문한 비율이 백인의 2.2배에 이른다. 앞서 이달 초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총을 맞고 숨진 태커 스미스(45)와 오스카 산체스(35)도 유색 인종이다.

경찰 폭력을 줄이는 '덜 치명적인 무기'로 각광 받는 테이저건의 오·남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000~2018년 미국에서 1,000명 이상이 전기충격기의 일종인 테이저건과 스턴트건을 맞고 숨졌다. 오클라호마주의 경찰 2명은 2019년 비무장한 남성에게 테이저건 50발 이상을 쏴 살해한 혐의로 2021년 유죄 판결을 받았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