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 출마냐, 후퇴냐 … 기로에 선 나경원

김희래 기자(raykim@mk.co.kr), 이지용 기자(sepiros@mk.co.kr) 2023. 1. 13.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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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왼쪽)이 13일 충북 단양 구인사를 찾아 천태종 총무원장 무원 스님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금강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자리와 기후환경대사직에서 모두 해임하면서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거를 앞둔 나 전 의원이 백척간두에 서게 됐다. 그동안에는 '반윤 포지션'은 거부하면서 높은 지지율을 지렛대로 출마하거나 또는 자발적 출마 포기를 통해 친윤을 돕는 출구전략이 있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강경 조치를 하면서 '반윤 후보(출마)'와 '백기 투항(불출마)' 중 강제 택일해야만 하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나 전 의원은 13일 저녁 대통령실의 해임 발표에 대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과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어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다만 이날 오전 나 전 의원은 SNS에 당내 친윤계 의원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난 뒤 대통령실이 즉각 해임 결정을 내리면서 윤심(尹心)이 어디에 있는지가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나 전 의원은 SNS를 통해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지러 떠나겠다.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무척 송구하다"고 적은 직후 충북 단양의 천태종 총본산 구인사를 찾아 총무원장 무원 스님과 회동했다.

그의 측근들 사이에선 나 전 의원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사실상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운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나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당내에서 당대표에 출마하려면 정무직은 내려놓으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지금 이 시점에 나 전 의원이 불출마하려고 사직서를 제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 의지를 보인 것이란 취지다. 다만 자신의 출마가 윤 대통령에게 맞서는 것으로 비칠 것을 염려해 최근 당 공개 일정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거듭 강조하며 무척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나 전 의원이 이날 단양 구인사를 찾은 것이 윤심에 애정을 피력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구인사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 방문해 신도들과 소통했던 곳이고, 부인 김건희 여사도 방문한 적이 있는 사찰이다. 이는 마지막 결정까지도 '윤심'을 이반하지 않으면서 출마를 모색해 보려는 시도였다는 게 당 내·외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구인사에서 만난 무원 스님은 나 전 의원에게 "열심히 살다 보면 욕심을 부려 본연의 길을 잃을 때가 많다"며 "무소의 뿔처럼 고고하게 부처님 진리를 새겨 고요히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면 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나 전 의원은 "스님의 말씀처럼 시간적 여유를 갖고 찬찬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은 기후환경대사직에 관해서는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 역시 윤 대통령과의 마지막 끈을 놓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강경 조치로 이런 행보도 모두 물거품이 됐다.

당장 친윤 그룹은 나 전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자신이 가장 대통령을 위하는 것처럼 고고한 척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이라며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비윤계는 나 전 의원을 옹호했다. 김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과 열심히 싸우던 나 전 의원의 과거 모습이 떠오른다. 그런 나 전 의원이 당대표를 한 번 나오겠다는 게 대역죄냐"고 밝혔다.

[김희래 기자 / 이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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