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황정민·현빈·강기영을 '교섭'에 빠지게 만든 '이것'
피랍된 인질 23명을 구하기 위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 그린 영화
황정민, 현빈, 강기영의 첫 앙상블 만날 수 있어
오는 18일 개봉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교섭'(감독 임순례)은 최악의 피랍사건으로 탈레반의 인질이 된 한국인들을 구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으로 향한 외교관과 현지 국정원 요원의 교섭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황정민은 유능한 외교관이자 협상가 정재호를, 현빈은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 전문 국정원 요원 박대식을, 강기영은 아프가니스탄 유일의 파슈토어 통역 전문가 카심 역을 맡아 열연했다.
13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교섭' 기자간담회에는 영화의 주역들인 배우 황정민, 현빈, 강기영, 임순례 감독이 참석해 영화의 시작과 과정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 가운데 향후 인터뷰를 통해 전할 임순례 감독의 이야기를 제외한 세 배우의 이야기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황정민, 현빈, 강기영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교섭'
▷ 당시에도 여러 의견이 있었던, 어떻게 보면 민감할 수 있는 소재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황정민 : 민감한 사안을 떠나서 임순례 감독님이 하자고 해서 무조건 한다고 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년)로 내가 영화를 할 수 있게끔 통로를 열어준 분이라 '교섭'을 하자고 했을 때 대본 읽기도 전에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정재호는 창작된 허구의 인물이다. 그 이야기(실화)가 아니라 정재호란 사람이 나라의 대표라는 직함을 갖고 있으면서 사람을 구해내야 한다는, 그런 에너지를 관객에게 어떤 식으로 정확하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했다.
현빈 : 나 또한 황정민 선배님과 비슷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박대식도 허구의 인물이다. 박대식은 사람을 구해야 하는 임무를 지닌 인물이라 그런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봤다. 민감한 소재라서 (출연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건 없었다.
강기영 :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아주 요만큼의 부담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카심이란 창작 인물이 주는 매력이 더 크게 다가왔다. 배역에 포커스를 두고 덤벼들었다. 거기다 현빈 형과 황정민 형님이 계시고, 감독님도 계셨다. 그래서 캐릭터 자체가 욕심이 났었다.
▷ 정재호와 박대식은 처음에는 서로 불신하지만 나중에는 서로를 믿고 나아간다. 이러한 변화를 어떤 식으로 그려나가고자 했나?
황정민 : 정재호는 나라를 대표하다 보니 원칙적일 수밖에 없다. 인질이 된 자국민을 구해내야겠다는 에너지는 누구보다 컸을 거다. 하지만 마음 가는 대로 할 수 없는 건 외교관이라는 직업적인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잘못 선을 넘을 경우 내가 다치는 건 상관없지만, 나라가 손가락질받을 수 있기에 그런 부분에서는 박대식과 상충하는 개념이 있었다.
그러나 차츰차츰 쌓아져서 맞아가는 에너지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작업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간 역할을 했던 인물이 카심이다. 카심이 우리에게 되게 많은 역할을 했다. 우정으로 갈 수 있는 디딤돌이었다.
현빈 : 대식은 과거 인질을 눈앞에서 잃으면서 생긴 트라우마가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번 인질 사건에 대해 조금 남다르게 접근하고, 또 같은 과오를 남기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절박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외교부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파견을 오면서 한 팀으로 일을 하고는 있지만, 서로 방식이 다르고 다툼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정재호 실장의 방식이 나와는 다르지만, 그 마음만은 같다는 걸 느끼게 된다. 대식은 늘 혼자 그 지역에 버려지다시피 있었던 인물인데, 누군가와 같이 합심해서 있다는 자체만으로 큰 힘이 되고, 어느 순간 정재호라는 사람에게 본인이 못하는 것들을 의지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재호가 못하는 걸 대신 처리해주는데, 이런 걸 보여드리려 했다.
카심은 이 사건 통해 만난 좋은 친구이자 동생 같은 사람이다. 영화 마지막에도 나오지만 이후로는 대식이 좀 덜 외롭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다.
강기영 : 카심은 자국민 안전도, 교섭 성사도 물론 너무 중요하지만, 통역에 대한 정산도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웃음) 교섭이 시작되며 보조하는 입장에서 조금이나마 윤활제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대본을 봤을 때 매력적이었는데, 내가 잘 해냈는지는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배우고 의지하며 만들어 간 '교섭'
▷ 영화 속 정재호와 박대식은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다른 입장을 보인다. 평소에는 명분과 실리 중 어느 것에 더 무게를 두는 편인가?
황정민 : 난 무조건 명분이다. 인생을 살아오고 또 배우라는 직업을 택하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명분이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라 생각한다.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물론 스크린을 통해서 우리의 연기, 이야기를 관객과 소통하는 거긴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인간 간의 관계, 소통에서 오는 거라 생각한다. 거기에 예술의 의미가 있는 거 같다. 영화든 연극이든 마찬가지다. 그런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 실리가 오는 거다. 난 실리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다.
▷ 카심은 극 중 파슈토어(동부 이란어로 아프가니스탄 동부와 파키스탄 북부에서 파슈툰족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Pushtu, Pakhto, Afghan이라고도 함)를 사용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언어라 연기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강기영 : 사실 파슈토어 연기가 퍼펙트한지는 아무도 모르실 거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서 원어민 선생님과 공부했다. 선생님이 촬영장에도 직접 와주셔서 계속 수정해주시고 발음도 지적해주셨다. 사실 너무 생소한 언어라서 의미까지 다 이해하며 배울 수는 없었고, 노래 가사나 랩처럼 외운 것도 있다. 영화 속 탈레반 총사령관 역할을 실제 아프간 출신 배우가 했는데, 내가 대사하는 순간 그 배우가 '당신이 뭐라 하는지 알 거 같다'고 말해줘서 굉장히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외국어, 어떤 것이든 열심히 하겠다.(웃음)
▷ 서로 연기하면서 시너지도 있었을 것 같다. 함께 연기한 건 어떤 경험이었나?
황정민 : 현빈과는 너무 친한,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다. 그러나 일로서 만났을 때는 또 다른 색다름이 있다. 그런 부분을 분명히 기대했다. 연기라는 게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으면서 하는 건데, 함께하면서 나도 모르게 에너지가 더 커가는 느낌을 받는 게 너무 행복했다. 작업하면서 너무 재밌고 행복했다. 또 하나는, 더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친하니까 막할 수 없는 거고, 더 조심스럽고,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장점들이 있더라.
현빈 : 일단 배우로서 현장에서 너무 배울 것들이 많았다. 나도 나름 그래도 꽤 오랜 시간 연기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선배님을 만나서 함께 작품을 하면서 생각 못 했던 부분들이 참 많았다는 걸 알게 됐다. 전에 함께 작업하면서 꼭 다시 한번 작업하면 좋겠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 형한테서 느낀 에너지나 시야 등 여러 가지를 형한테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 했는데, 그만큼 나한테 크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고 많이 배웠다.
그리고 현장에서 말을 안 해도 의지할 수 있었다. 또 친하기 때문에 물론 형이 말한 것처럼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아이디어나 같이 연기하면서 증폭시킬 수 있는 걸 만들어 나갈 때 훨씬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됐다.
▷ 마지막으로 예비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해달라.
강기영 : '교섭'의 개봉을 엄청 오랜 시간 기다렸다. 조금 상황이 어려운 영화 시장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 '교섭'과 함께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
현빈 : 다운되어 있는 한국 영화가 번창하고, 많은 관객이 극장에 오시면 좋겠다.
황정민 : 내가 작품을 선택하는 건 정말 인연이라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하기 싫어도 하게 되고, 그런 걸 보면 삶과 되게 비슷한 거 같다. 그 인연을 한 번 안았으면, 관객과 만나는 순간도 큰 인연이라 생각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을 못 하고 있다가 2년이 지나서 개봉하는 것 자체도 인연인 거 같다. 이때니까 개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에겐 절박하고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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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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