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나경원 전격 해임…순방 전 '항명사태' 종지부

양소리 기자 2023. 1. 1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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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1월 이슈 잡아먹은 '나경원 사태'…尹 3대개혁도 빛 못 봐
UAE·스위스 순방 전날 해임 발표…성과 묻힐까 우려한 듯

[단양=뉴시스]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3일 대한불교 천태총 총본산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 총무원장인 무원 스님의 안내를 받으며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 (사진=대한불교 천태종 제공) 2023.1.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전격 해임한 것은 나 전 의원의 이슈 블랙홀화를 차단하고 순방에만 전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나 전 의원 항명 사태로 여권의 분열상이 심화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은 오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에서 해임했다"고 밝혔다.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의 사직서를 제출한 지 반나절만이다.

'사표 수리가 아닌 해임인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는 "해임이다"며 "다양한 해임 사유를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은 나 전 의원을 윤 대통령이 직접 잘라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김은혜 홍보수석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과 기후환경대사직 해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1.13. yesphoto@newsis.com

1월 이슈 잡아먹은 '나경원 사태'…순방 전 종지부

나 전 의원의 저출산 정책 발표에서 시작된 이른바 '나경원 사태'는 벌써 보름째 모든 이슈를 흡수했다. 나 전 의원이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면제하겠다며 '헝가리식 정책'을 밝힌 건 지난 5일이다.

지난 8일간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며 경고하거나 나 전 의원의 사직서가 정식으로 수리되지 않았다는 입씨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올해를 교육·노동·연금 3대 개혁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윤 대통령의 비전은 나 전 의원과의 정쟁에 가렸다. 이같은 상황은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일부터 12일 사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에게 '윤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가'를 물은 결과 35%가 긍정 평가했다. 전주 대비 2%포인트 떨어진 지지율이다.

하락한 수치 자체는 소폭이다. 그러나 지난 7주 동안 상승하던 지지율이 꺾였다는 점에서 이는 지지율 하락의 시작점으로까지 해석될 수 있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나 전 의원과의 갈등이 더 길어진다면 오는 14일부터 시작될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 순방 성과까지 묻힐 우려가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나 전 의원의 이슈가 결코 윤 대통령에 보탬이 된다고 할 수 없다. 단기간 내 논란의 종지부를 찍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보인다"고 이날 윤 대통령의 결단을 해석했다.

배 소장은 "나 전 의원의 거취가 정리되지 않으면 순방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대통령실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경선 유력 후보인 나경원 (왼쪽부터) 전 의원과 김기현 의원이 5일 오후 서울 송파구민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송파을 신년인사회에서 서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3.01.05. ks@newsis.com

"尹心 전당대회, 중도층 이탈로 이어질 수도"

윤 대통령이 이미 사의를 표명한 나 의원을 '해임'한 지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배 소장은 "사의를 표명했을 때 인사권자의 결정은 대체로 수용 혹은 거부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해임을 한 건 나 전 의원의 결정을 항명으로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나 전 의원을 윤 대통령이 해임한 건 이번 전당대회를 윤 대통령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뜻으로 읽을 수밖에 없다. 해임은 공무원에 대한 중징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나 전 의원 해임에 대해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는 "오직 윤심에 따라 움직이는 거수기들만이 넘쳐 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한 여권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정당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모습은 중도와 보수를 오가는 '합리적 보수' '샤이보수'를 잃게 만들 것"이라며 "전당대회 흥행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19년 당시 원내대표에서 물러나며 했던 "바람에 나무가 흔들려도 숲은 그 자리를 지키고 바위가 강줄기를 막아도 강물은 바다로 흘러간다"는 발언을 다시 인용하며 "그 뜻과 마음은 지금도 그대로"라고 썼다.

다만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이 길어지는 점에 대해 국민, 당원, 언론인들께 무척이나 송구하다"며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sou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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