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 여정 종료한 특수본…'셀프 수사' 의심은 사실로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임민정 기자
[앵커]
핼러윈 참사를 수사하던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73일간의 여정을 끝냈습니다. 저희 CBS취재팀에서 참사 당일부터 경찰 수사를 모두 지켜본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특별수사본부 다녀온 임민정 기자. 어서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특수본이 참사 발생 73일 만에 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골자가 뭔가요.
[기자]
네, 일단 책임자 규명이었죠. 특수본이 이번 참사에 법적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인원은 총 23명입니다. 검찰로 송치했고요.
주로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관계자들인데요, 이 중 구속된 사람은 이임재 전 용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입니다.
[앵커]
경찰이 법적 책임자로 지목한 가장 윗선은 누굽니까?
[기자]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입니다. 다만 김광호 청장에게 구속영장까지 신청하진 않았거든요. 기자들이 이유를 물으니, 용산경찰서에 비해 서울경찰청은 현장 밀착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앵커]
그럼 구속된 사람, 아무래도 혐의가 중하다고 지목된 사람들이 구속됐을 텐데 그 중 윗선은요?
[기자]
구속된 사람 중 최고위급은 경찰 조직에선 박성민 서울청 정보부장, 행정조직에선 박희영 용산구청장 정돕니다.
[앵커]
유족이 윗선 책임을 규명해달라고 했을 때 지목한 윗선은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었잖아요.
[기자]
네 그런데 윤희근 경찰청장,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수본 조사에 부르지도 못한 채 수사를 끝내게 됐습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특수본은 기관별 법리검토 결과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별도 조사는 하지 않았다. 이렇게 답했습니다.
행안부 장관 집무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도 빠져있었죠. '구체적 주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어쩔 수 없다는 게 특수본 설명인데요.
결국 '용두사미', '꼬리자르기'란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그간 공개됐던 내용 외에 새로운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 특수본은 73일 동안 이것밖에 안 한건가요?
[기자]
사고 전후 과정에서 각 기관들 대응이 부실했다는 부분을 좀 더 밝혀냈습니다. 경찰, 구청, 소방 등이 이태원 핼러윈데이 사고를 대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음에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그러한 과실들이 중첩돼 사고가 발생했다는 건데요.
실제로 사고 전 경찰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 시위 관리에 집중하고 있었고 사고 후 지시 체계도 무너져 있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죠.
특히 박성민 서울청 정부부장과 용산경찰서 경보과장 등의 공소장에 관련 내용이 자세히 나옵니다. 참사 이후 정보라인 경찰관들은 이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려고 노력한 게 아니라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참사 원인으로 지목되는 걸 가장 우려했다는 겁니다.
어제 뉴스톡에서 저희가 보도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용산구청은 사고 초반 신고가 접수 됐는데도 이태원 현장을 살피지 않고 대통령 비난 전단지를 떼러 갔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앵커]
사고 원인에 대해서도 더 구체적인 분석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참사 당일 오후 10시 15분 처음으로 넘어짐이 발생했고 약 15초 동안 뒤에서 따라오던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상황이 4차례 이어졌다는 점이 오늘 발표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특수본은 '군중 유체화'란 용어를 썼는데요. 자의로 걷기 어려운 채 둥둥 떠밀려 이동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오후 9시부터 이런 군중 유체화 현상이 벌어졌고, 오후 10시부터는 극심했다고 합니다.
[앵커]
저도 키가 작은 편이라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그런 군중 유체화 현상이 일어났다는 거군요.
[기자]
네 당시 부상자들도 "뒤에서 미는 힘 때문에 자꾸 공중으로 떠서 발이 땅에서 떨어진 상태였다", "인파에 밀려 파도타기처럼 왔다갔다 하는 현상이 있었다"고 증언했었죠.
특히 특수본의 자문 역할을 한 박준영 금오공대 기계설계공학과 교수가 희생자들이 받았을 압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피해자들은 평균 2200~5500N 그러니까 약 224kg~560kg의 압력을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유가족들은 이번 수사 결과, 납득하시나요?
[기자]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와 이정민 부대표가 오늘 오전 서부지검에 피해자 진술을 위해 출석했는데요. 경찰 수사는 윗선까지 올라가지 못했다며 "검찰 수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탄식했습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말 들어보겠습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
"저희가 단순하게 생각할 때 제 식구 감싸기라고 밖에 볼 수가 없거든요. 159명이 사망했는데 단 6명이 구속되었습니다. 이게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건지 한번 되물어보고 싶습니다."
피의자들의 신병을 넘겨받은 검찰은 삼일 전, 경찰청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앵커]
수사의 내용도 그렇고 절차적인 만족감을 주지도 못한 것 같아요. 어제 국정조사 공청회에서도 유가족들이 왜 언론에만 브리핑하고 유족들에게 직접 설명하지 않냐. 따지기도 했잖아요.
[기자]
특수본은 수사 결과 규정에 따라 유족에게 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임민정 기자, 참사 당일부터 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경찰 수사도 지켜봤는데 그런 입장에서 이번 수사 결과 발표 어떤가요.
[기자]
참사 당일 오후 11시 30분 즈음부터 현장에 있으면서 상황을 지켜봤습니다. '도심 한복판에서 사람들이 길을 걷다 이렇게 많이 죽을 수 있나', '대체 왜 이런 사고가 일어났지'란 생각이 밤낮 할 것 없이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또 유가족 중 한 분이 "우리 아이가 길 걸어가다 그냥 죽었다"고 하신 말이 여태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특수본 출범 초기, 경찰이 셀프 수사란 한계를 어디까지 극복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역시나 아쉬움이 남는 수사 결과인 것 같습니다.
[앵커]
넵 임민정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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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fores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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