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을 고철로 판 사람들 진실은 어떻게 감춰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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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들을 고르고 나누는 오래된 시스템들이 아직도 있지만 사람들의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답답함 속에서 눈에 띈 만화, <거짓말들> . 이 책에는 에펠탑을 고철로 팔아버린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거짓말들>
에펠탑의 철골 구조를 흉물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지난 세기 초, 프랑스의 사기꾼이 머리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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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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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넘쳐나지만, 많은 사건과 사고들의 속사정을 시원하게 알기는 어렵다. 명백해 보였던 사실이 하루도 지나지 않아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뉴스들을 고르고 나누는 오래된 시스템들이 아직도 있지만 사람들의 믿음은 흔들리고 있다. 모두가 뉴스를 발신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시대이고, 그 뉴스를 증폭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도구들도 즐비하다. 진실이 거짓에 묻히고 선전에 왜곡된다. 사연에 매몰되기 십상이다. 역설적으로 믿는 것에 대해서는 일말의 의심도 없어, 모든 것을 그것에 맞추어 보려는 사람들은 늘어난다. 너무 시끄럽다.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다.
답답함 속에서 눈에 띈 만화, <거짓말들>. 이 책에는 에펠탑을 고철로 팔아버린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에펠탑의 철골 구조를 흉물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지난 세기 초, 프랑스의 사기꾼이 머리를 썼다. 정부 고위직이라고 속이고 고철 거래상들을 불러 모았다. 에펠탑을 철거한 고철 7천톤을 사라고. 이런 단순한 거짓말에 속아 돈을 잃은 사람들이 있었다.
화제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미래를 알고 있다면 모를까, 그런 이야기는 십중팔구는 거짓일 확률이 높은데도 끊임없이 사람들이 속는다. 전형적인 거짓말. 거짓말을 종류별로 다루기 위해서 이런 이야기도 담았겠지만, 이 책에 담긴 다른 단편들은 사기보다는 하지 못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들이다. 자기를 속이려는 사람이 준 복권이 1등에 뽑혀서 46억원에 당첨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복권을 준 사람에게 해야 하나? 아니면, 속는 척, 작은 돈 떼이고 관계를 정리할까?
시간이 흘러, 서로 익숙해 권태에 빠지자, 모르는 사람들인 척, 낯선 곳에서 만나 서로에게 다시 흥분하면서 생각에 빠진다. 서로가 숨기고 있었던 말들은 무엇이었을까? 산타가 없다는 것을 알아챈 아이가 산타의 선물을 준비하는 엄마의 노고를 생각해 모른 척하는 것. 혹은, 회사에서 고통을 겪는 딸을 쉬게 하기 위해 꾀병을 앓는 아버지. 가까운 사람들의 성폭력을 말 못 하고, 묻고 살았던 이야기까지. 구조적이고 잔인한 폭력 때문에, 혹은 타인에 대한 배려 때문에 하지 못한 말들.
작가가 이것들이 모두 다 드러나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기보다는, 진실이 감추어진 이유들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있다. 모든 것을 파헤치면 진실에 닿을 수 있을까? 극단적인 회의주의가 판을 치던 시대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드세질 때마다 거론되는 이름은 기원전 4∼3세기에 살았던 철학자 피론. 인도를 여행하면서 수행했던 그는 모든 것은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코끼리가 지구를 지고 있다고 하자. 그 아래는 누가 받치고 있을까? 거북이. 그 아래는? 근대 과학과 철학을 세운 사람들은 이 질문을 어떤 지점에서 자를지 합의를 했다. 데카르트는 ‘생각하는 나’ 위에 사유를 쌓았고, 뉴턴은 원인은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현상을 설명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믿음과 합의. 그것을 어디에 세울 것인지 정하고 그 위에 최선을 다해서 집을 지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 아닐까?
만화애호가
종이나 디지털로 출판되어 지금도 볼 수 있는 국내외 만화를 소개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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