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의 전방위 ‘법조계 로비’ 의혹 확산···수사는 감감무소식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법조계를 상대로 한 전방위 로비·사건 청탁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검찰 수사에 사실상의 재수사까지 1년이 훌쩍 넘게 흘렀지만 검사·판사 등에 대한 로비 수사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초기인 2021년 확보한 ‘정영학 녹취록’과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진술로 김씨가 검찰 수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을 여럿 포착했다. 녹취록에는 대장동 민간업자들이 ‘김씨가 윤갑근 전 검사장, 김수남 전 검찰총장 등 고위 검찰 간부들에게 연락해 남 변호사 등 대장동 관련자들의 사건을 잘 봐달라 부탁했다’는 취지의 대화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일부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되거나 검찰이 2심을 끝으로 상고하지 않아 청탁에 의한 수사 무마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남욱 변호사로부터 “김씨가 2013~2015년 사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사건을 잘 케어(관리)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김씨가 당시 성남지청장이던 A 전 검사장에게 이 대표 관련 사건을 잘 봐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성남일보가 이 대표의 ‘형수 욕설’ 전화통화 내용을 보도한 것에 대해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한 사건이 대상으로 언급됐다. 다만 이 사건은 무혐의 처분됐다.
검찰은 김씨가 현직 대법관에게 부탁해 이 대표 관련 재판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2021년 말과 최근 남 변호사로부터 “김씨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부탁해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논란 등에 대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권 전 대법관이 참여한 2020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로 뒤집어지면서 이 대표는 경기지사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권 전 대법관은 2020년 9월 퇴임하고 2달 뒤 김씨가 대주주로 있던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재판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성남 1공단 부지를 개발하려던 시행사가 2011년 이 대표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도 김씨가 개입했던 사건으로 거론된다.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성남 1공단을 공원화하겠다며 관련 인허가를 중단시키자 시행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성남시는 2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에서는 성남시 승소로 결과가 바뀌었고, 1공단 공원화와 결합 방식으로 추진되던 대장동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었다.
김씨의 법조계 로비·사건 청탁 의혹은 대장동 의혹 수사 초기부터 제기돼왔다. 수사팀은 ‘정영학 녹취록’과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진술로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한 지 오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수사팀이 바뀐 뒤에도 이 부분 수사는 본격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권 전 대법관을 비롯해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법조계 거물들이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50억원씩 받았다는 ‘50억 클럽’ 의혹 수사도 감감무소식이다. 최근엔 김씨가 전·현직 판사들의 술값을 대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팀은 그동안 대장동 민간업자들을 추가 기소하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등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기는 등 본류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제기된 의혹들은 순차적으로 철저히 살필 예정”이라고 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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