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제출' 반나절만에 '해임'된 나경원, 출마가능성 더 커졌나(종합)
'반윤 후보' 부담 속 尹순방기간 칩거하며 장고할 듯…측근들, 출마 무게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안채원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기후환경대사 직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나 전 의원의 다음 선택에 시선이 집중된다.
애초 여권 내에서 '친윤(친윤석열)'으로 여겨졌던 나 전 의원은 최근 저출산 대책 엇박자와 전당대회 출마건 등을 놓고 대통령실 및 당내 친윤그룹과 마찰을 빚으면서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주류에서 멀어지는 이미지가 형성됐다.
지난 10일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에 사의를 표명하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자신의 거취를 정리해달라고 요구하는 듯한 모양새가 형성된 이후로는 친윤계로부터 노골적인 불출마 압박을 받아왔다.
이후에도 사흘째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아무런 반응이 나오지 않자, 그는 이날 오전 사직서 제출이라는 초강수를 뒀고 반나절만에 '동시 해임' 통보를 받아들게 됐다.
현 단계에서 나 전 의원의 결정을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일단 출마를 단행할 경우 '반윤 후보'로 이미지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불출마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실상의 '결별 통보'에 가까운 해임 발표를 볼 때 나 전 의원은 이미 '외통수'에 몰렸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당내 인사는 "대통령실과의 관계가 이미 극단으로 치달은 상황"이라며 "인제 와서 나 전 의원이 한 수를 접는다고 해서 관계를 회복하고 후일을 도모하기는 어려워진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이 출마로 마음을 정할 경우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의 행보에 따라 전당대회 구도는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일단 '친윤 후보'를 자임하는 김기현 의원과 전통적 지지층의 표심이 분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인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주류 주자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도 여겨진다.
주변 측근들은 나 전 의원이 오전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출마 쪽에 무게를 실은 관측을 내놓던 중이었다.
어떤 결론을 내리든 윤 대통령의 14∼21일 순방 일정을 고려해 설 연휴까지 '장고'를 이어가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대통령실의 해임 발표가 나오면서 이 시기가 한층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나 전 의원과 가까운 복수의 인사는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출마로 결심을 굳혀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윤 대통령이 순방에서 돌아오는 대로 거취를 명확히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나 전 의원이 오전 페이스북에 불출마를 종용하는 친윤계를 겨냥,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린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관건은 지지율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인식이다.
윤 대통령과 극단적으로 충돌하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지지층의 이탈 우려가 고개를 든다면,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강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상존한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주변에 "진의를 왜곡하는 대통령실과 소통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종종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도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도 없고, 세워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어떤 형태로든 윤 대통령과 직접 대립하는 모양새는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표를 제출한 나 전 의원이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읽혔다. 구인사는 지난 대선 기간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각각 방문했던 곳이기도 하다.
총무원장 무원 스님은 이 자리에서 "무소의 뿔처럼 고고하게 부처님 진리를 새겨 고요히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라고 했고, 나 전 의원은 "시간적 여유를 갖고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피하는 데에 공을 들여온 나 전 의원으로서는 이번 해임 결정 이후 덧씌워질 '반윤 이미지'가 상당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해임이 발표되자마자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은 SNS에 "박해를 받아 직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전형적인 약자 코스프레 하고 있다"며 "대통령을 위하는 척하며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이라고 나 전 의원을 직격했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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